[아시아경제 박현준 기자] 독일의 변호사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는 "형량을 결정하는데는 도덕이 끼어든다"고 했다.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인생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어떤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도덕만큼 다른 형량이 나올 수 있다.
기자와 함께 그림자 배심원(주배심원단 이외의 별도 배심원단들을 구성해 같은 재판에 참관하게 하는 제도. 평결 내용이 판결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으로 나선 12명의 사법연수원생들은 평의에서 김씨에게 알맞은 형량이 징역 10년(2명), 12년과 13년(각 3명)이라고 판단했다. 11년, 14년, 15년도 1명씩 나왔다. 기자는 징역 10년이 적당하다고 했다. 오랜 기간 딸을 기르고, 노모를 봉양하다가 우발적으로 저지른 사건으로 봤기 때문이다. 그림자 배심원들을 인솔한 방태경 판사는 "형량에서 정해진 답은 없다"고 말했다.
배심원들의 평의가 끝난 오후 6시께 417호 법정 문이 다시 열렸다. 김시철 부장판사가 배심원들의 형량 권고를 감안해 작성한 판결문을 읽어 내려갔다. "결코 가볍지 않은 범죄를 저질렀고 피고인 자신이 무거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듯이 피고인에게는 그게 가장 큰 형벌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에서 법을 정한 이상 사람의 생명을 해할 수는 없다. 피고인을 징역 20년에 처한다. 이는 배심원 7명 전원이 동의한 바다"
판결을 들은 김씨는 교도관들의 손에 이끌려 법정을 빠져나갔다. 재판 동안 고개를 떨어뜨리고 내내 흐느끼던 모습 그대로였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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