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이란에 다시 한번 악몽을 선사하며 '이란 킬러'의 면모를 재확인할 수 있을까.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3일 오전 1시 25분(한국시간)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1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른다.
51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한국에 이란은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다. 한국과 이란은 지난 1996년 이후 아시안컵에서 5개 대회 연속 8강에서 맞붙는 '악연'이다.
지난 4번의 아시안컵 맞대결에서 한국은 1승 1무 2패(승부차기 한국 승 포함)로 열세를 보였다. 특히 1996년 아시안컵 8강에선 한국에 2-6의 참패를 안겼다. 당시 패배는 지금까지도 한국 축구사 최악의 패배 중 하나로 남아있다. 대표팀은 이번만큼은 반드시 이란에 제대로 설욕하며 오랜 악연을 끊겠다는 각오다.
이란 격파의 선봉은 역시 '캡틴' 박지성이다. 박지성은 존재만으로도 동료에겐 안정감을, 상대에겐 두려움을 준다. 왕성한 활동량과 날카로운 공격력은 대표팀 공격의 핵심이다. 특히 그는 이란전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박지성은 A매치에서 기록 중인 13골 중 2골을 이란을 상대로 터뜨렸다. 그것도 남아공월드컵 진출티켓이 걸린 아시아 최종예선 때였다. 그는 지난 2009년 2월과 6월에 테헤란과 서울을 오가며 열린 이란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모두 0-1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의 두 방에 이란은 월드컵 진출권마저 놓치는 수모를 맛봤다. 2월 이란 원정 당시 "지옥을 맛보게 해주겠다"던 이란 주장 네쿠남의 코가 납작해진 것은 물론이었다.
박지성의 이란전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는 또 있다. 이란전에 승리할 경우 박지성은 한국 축구대표팀 사상 8번째 센츄리 클럽(A매치 100경기 출장)에도 가입한다. 지금까지 A매치 98경기에 출전한 박지성은 이란전과 준결승전에 출전해야 A매치 1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다.
이번 대회가 끝난 뒤 박지성은 대표팀 은퇴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만약 이란전에서 한국이 패할 경우 그는 센츄리 클럽 가입을 고작 한 경기 남겨두고 대표팀 경력을 접을 수도 있다.
아울러 박지성은 이란전을 통해 '아시안컵 무득점 징크스'에도 도전한다. 박지성은 월드컵 본선에 3차례 출전해 3골을 터뜨렸지만 정작 아시안컵에선 3개 대회 11경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의 '이란 킬러' 본능이 발휘되길 기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정작 박지성 본인은 "이란전에 좋은 기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골을 넣었음에도 스스로 경기에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번 경기 활약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이번에 중요한 것은 팀이 이기는 것이다. 골이든 뭐든 그걸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란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혔다. 더불어 "이란은 강하지 않다. 못 이길 상대도 아니다"며 "평소와 다름없이 경기에 임하겠다. 우리 스타일대로 경기를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지성이 이란전 활약을 통해 4강 진출-센츄리클럽 가입-아시안컵 첫 득점이란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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