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호, '15년 이란 악연' 종지부 찍는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51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조광래호가 1996년 아시안컵 8강 2-6 참패로 이어져 온 이란과의 악연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한국 축구 대표팀은 23일 오전 1시 25분(한국시간)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2011 아시안컵 8강전을 갖는다.

한국과 이란은 지난 1996년 이후 아시안컵에서 5개 대회 연속 8강에서 맞붙는 '악연'이다. 그간 4번의 맞대결에서 한국은 1승 1무 2패(승부차기 한국 승 포함)로 열세를 보였다. 특히 1996년 아시안컵 8강에선 한국에 2-6의 참패를 안겼다. 당시 패배는 지금까지도 한국 축구사 최악의 패배 중 하나로 남아있다.

2000년대 들어 상대전적은 팽팽했다. 3승 4무 3패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반면 2006년 이후 맞대결에선 4무2패로 한국이 밀린다. 지난해 9월 평가전에서도 0-1로 패했다.

이처럼 51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한국에 이란은 반드시 넘어야 할 상대다. 껄끄러운 상대임은 분명하지만 객관적 전력 면에서는 한국이 앞선다. 해외 베팅업체도 일제히 한국의 우세를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청용(볼턴) 기성용 차두리(이상 셀틱) 이영표(알힐랄) 등 쟁쟁한 해외파가 즐비하다. 구자철(제주) 지동원(전남) 이용래(수원) 등 K-리그 출신 선수들도 물오른 활약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 지동원-박지성-구자철-이청용 4각 편대를 앞세워 이란의 골문을 공략한다. 특히 오른쪽 측면의 차두리는 수비뿐 아니라 활발한 공격 가담과 위협적인 크로스로 이란 수비진을 흔들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맞서는 이란은 효과적인 역습과 측면 공격이 돋보인다. 조별리그 내내 이란은 상대를 완벽하게 압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측면의 날카로운 크로스와 후방에서 단번에 전방으로 이어지는 역습으로 수월하게 득점을 뽑아냈다. 결과는 이번 대회 유일한 조별리그 3전 전승.

따라서 오른쪽 측면의 골람레자 레자에이와 패싱력이 뛰어난 이마드 모발리가 요주의 인물이다. 이들은 오히려 네쿠남, 안드리낙 테이무리안 등 스타플레이어보다도 더 위험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이란전에 조심해야 할 것은 파울이다. 이란은 상대 흐름을 끊는 거친 플레이로 악명이 높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63개의 파울을 기록했다. 42개의 한국과 확연한 차이다. 경고도 6장을 받아 한국(3장)보다 두 배를 기록했다.

특히 이란은 거친 파울을 통한 심리전에 능하다. 지난해 9월 평가전에서도 레자에이는 이영표에게 위험한 태클을 시도했다. 이에 이영표는 차분했던 평소와 달리 레자에이를 밀치며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평정심을 잃은 듯하던 이영표는 전반 34분 정성룡에 백패스 실수를 저지르며 결승골을 헌납했다.

이번 맞대결에선 심리전에 휘말리지 않고 오히려 파울 유도를 통한 프리킥 기회를 얻어내는 재치가 필요한 셈이다.

감독 간의 신경전도 맞대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조광래 감독은 "고트비 축구는 고의적인 파울이 너무 많다"면서 "좋은 전술일 수도 있지만, 팬들이 진정 원하는 축구는 아닌 것 같다"며 날을 세웠다. 아울러 "고트비 감독은 내일 경기에서 한국 선수들이 하는 플레이를 잘 지켜보기 바란다"며 기선을 제압했다.

압신 고트비 이란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한국전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국의 전술은 물론 선수들의 특징 나아가 선수들의 심리 상태까지 잘 알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트비 감독은 한국 대표팀 전술 분석관 출신이다.

더불어 "이란은 한국보다 좋은 팀이다. 한국은 8강에서 아시안컵을 끝내야 할 것"이라며 도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통해 '어린 왕자'에서 '황태자'로 급부상한 구자철은 4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4골을 넣은 구자철은 현재 대회 득점 공동 1위에 올라있다. 이란전에서도 득점에 성공할 경우 11년 만의 한국인 아시안컵 득점왕에 한걸음 다가간다. 공동 선두인 이스마일 압둘라티프(바레인)는 바레인의 조별리그 탈락으로 이미 대회를 마쳤다.

이날 경기의 승자는 25일 오후 10시 25분 일본과 준결승전을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