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필로폰 밀수, 투약 혐의로 구속된 배우 김성민이 두 번째 공판에서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
김성민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 29부의 주재로 형사법정 513호에서 열린 두 번째 공판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 첫 공판에서 마약류관리 법률 위반 혐의를 모두 시인한 바 있다. 그 내용은 필로폰 투여 및 밀반입, 대마초 흡연 등이다.
30분간 진행된 공판은 선교회 탄원서를 포함한 참고자료 제출과 피고인 심문 순으로 진행됐다. 하늘색 수감복을 입고 등장한 김성민은 비교적 차분하게 모든 과정을 소화했다.
검찰 측 심문에서 그는 마약에 손을 댄 배경 등을 상세히 밝혔다. 김성민은 “평소 우울증과 유혹을 이기지 못해 마약을 접하게 됐다”며 “많은 분들에게 실망감을 드린 점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타인에게 마약을 권유한 적은 없다”며 “2007년 사업 실패와 어머니의 뇌경색 등 악재가 거듭돼 처음 마약을 손에 쥐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나 큰 죄를 지었다는 생각뿐이다”라며 “많은 분들에게 실망을 드린 점에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민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도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는 “부모님의 이혼 뒤 모델, 골프코치 등을 하며 생활비를 건네 드려야 했다”며 “그 와중 모은 돈으로 시작한 사업이 실패하며 스트레스, 불면증, 조울증을 동시에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라 정신과 치료를 받기가 어려웠다. 외부에 알려질까 겁이 났다”며 “나도 모르게 마약에 손을 대게 됐다”고 말했다.
중독 증세에 시달릴 정도는 아니었다. 앞서 김성민은 소변 검사에서 음성 반응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 측은 “수감생활을 잘 해내고 있다. 피고는 담배도 피지 않는다”며 “전혀 금단현상에 시달리지 않고 있다. 열심히 운동을 하며 반성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는 지난해 9월 두 차례 투여 뒤로 마약을 멀리한 덕이다. 이날 김성민은 2008년 필리핀에서 구한 필로폰을 두려운 마음에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1년여 만에 다시 마약을 접하고 대마까지 흡인한 건 여자 친구와 결별 탓이었다. 김성민 변호인 측은 “헤어짐으로 피고가 패닉상태였다. 힘든 시기를 견디고자 다시 손에 대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민은 “자포자기였다. 나약한 마음으로 마약을 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성민 측 변호인은 “피고가 깊이 반성을 하고 있다. 장기 복역에 대한 선처를 부탁드린다”며 “그간 정부기관 주관의 공익활동은 물론 장애인 복지운동, 자선골프대회 등 사회봉사를 많이 했다.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서 김성민은 2007년 사업실패에 대한 내막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타인의 권유로 하게 된 사업이었다. 투자 금액 50% 이상의 손실을 입었다”며 “집을 압류 당했다. 세금 때문에라도 처분할 수 없었다. 최근까지 어머니 집에서 거주한 건 그 때문”이라고 밝혔다.
마약과 인연은 여행 차 다녀온 필리핀에서 우연히 맺어진 것이었다. 김성민은 “현지 라디아라는 사람이 가져다줬다. 처음에는 마약인 줄 몰랐다”며 “소금처럼 생겨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 양은 커피 티스푼 반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모든 필리핀 여행길에서 마약을 구매한 건 아니었다. 김성민은 “업무와 어머니를 모시고 휴양 차 다녀온 적이 더 많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필로폰 주사기는 제보자인 이 모씨로부터 건네받았다”며 “대마 흡입 기구는 웹서핑을 통해 우연히 판매처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대마초를 권한 사람은 영화평론가 전창걸이었다. 그는 “잠을 못자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알게 된 전창걸이 대마초를 구해줬다”며 “불면증에 시달리던 당시 편하게 잠에 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양은 담배필터 정도였다”며 “흡연 뒤 중독 증세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9월 뒤로 마약을 멀리한 건 운동 덕이었다. 김성민은 “운동에 전념하면서 우울증 등 병들이 조금씩 사라졌다”고 밝혔다.
공판 종료 전 검찰 측은 “무거운 죄를 졌지만 사회적 처벌 등을 감안 징역 4년, 추징금 904,500원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공인으로서 김성민이 재기했으면 좋겠다”며 “선처가 가능하다면 가족들과 함께 돌아오는 설을 보내도록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성민은 세 차례 필리핀에서 필로폰을 밀수입했다. 투약한 횟수는 다섯 차례. 대마초 흡연은 세 차례다. 마약류 반응은 소변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모발에서 양성 반응이 검출됐다.
첫 번째 공판에서 김성민 측 변호사는 “김성민이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반성하고 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의 서류 제출 뒤 몇 가지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필로폰은 본인이 사용하기 위한 극소량 반입이었다”며 “우울증과 일로 발생된 스트레스 때문이지, 사업이 목적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마약 투여를 주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과 투여한 것은 사실이나 주도하거나 권유한 바는 없다”며 “오히려 유혹을 당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세 번째 공판은 오는 24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이하 김성민 변론
긴 겨울입니다. 그 겨울 안에서 지내며 그간 행동들이 얼마나 큰 죄고 잘못이었는지 반성하고 뉘우치며 지내고 있습니다. (울먹이며)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잃은 것만 있진 않습니다. 가족, 친구, 지인들의 소중함을 알게 됐습니다. 그들은 질책과 격려로 제게 용기를 줬습니다.
그 분들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살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저처럼 실수로 인해 인생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여기 오기 전까지 KBS ‘남자의 자격’을 했습니다.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101가지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동료들과 끝까지 과제를 실행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죽기 전에 해야 할 다른 일이 생겼습니다. 자신과 약속입니다. 더 노력하며 열심히 살겠습니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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