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근 하나대투증권 반도체·LCD 담당 애널리스트
'시가총액 150조원(우선주 포함), 연간 매출액 154조원, 영업이익 17조원.' 이 막대한 숫자가 의미하는 것이 삼성전자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국내 상장기업 중 1위인데 2위~5위 기업의 시가총액을 합한 금액과 비슷하며 매출액 역시 비슷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기업이다. 한참 IT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였던 2009년에는 삼성전자의 어닝 서프라이즈가 밤사이 미국 주식시장을 끌어올렸던 적도 있었을 만큼 삼성전자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톱 IT 기업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D램, 낸드플래시 1위, LCD 1위, 휴대폰 2위, TV 1위 등 주력 사업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나 최근 아쉬움이 갑자기 커진 이유는 뭘까? 애플의 등장 때문이다.
"1990년대가 소니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삼성전자의 시대다" 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애플이 급부상 하면서 "2000년대는 삼성전자의 시대였고 2010년대는 애플의 시대다" 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애플이 그만큼 막강해졌다는 의미다.
필자는 삼성전자를 훌륭한 기업이라고 지금껏 평가했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그럴 것이지만 오늘은 삼성전자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 부분을 짚어보려 한다.
첫째, 창조적 신제품의 아쉬움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 '갤럭시탭'은 매우 훌륭하다. 전 세계에서 애플의 제품을 가장 바짝 추격하는 제품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등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데 그 이유는 바로 '창조적인 신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능력이 탁월하다고 볼 수는 있지만 '창조적 신제품'이라는 극찬까지 받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삼성전자가 지금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IT기업이 되기 위해선 창조적 신제품이 필요하다. 어떤 품목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그걸 짐작 한다면 그 제품은 창조적 신제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소비자의 입이 '떡' 벌어지는 창조적 신제품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둘째, 소극적인 인수합병(M&A)에 대한 아쉬움이다. 국내 대부분 기업들이 그렇듯이 삼성전자 역시 M&A에 소극적이다. 반면에 미국 대표 IT 기업들의 경우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활발한 M&A를 통해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와 다르다. 소극적이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가장 아쉬움이 남는 최근의 M&A 실패의 사례는 샌디스크이다. 이례적으로 샌디스크의 시장 가치보다 아주 높은 가격을 삼성전자가 제시했다.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만일 이 당시 삼성전자가 샌디스크를 인수했다면 낸드 시장에서도 D램 시장 못지않은 독보적 존재가 될 수 있었다. 이 당시 삼성전자가 제시한 샌디스크의 주당 인수 가격은 현재 샌디스크 주가의 절반 수준이다. 더 아쉬움을 남게 하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매출액은 150조원이 넘어섰다. 획기적인 신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이상 150조원 이상의 규모에서 의미 있는 매출액 증가를 내부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앞으로 긴 그림을 그리기 위한 밑바탕에 꼭 필요한 기업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격적인 M&A가 필요해 보이며 이를 통해 창조적 파괴, 창조적 신제품으로 이어나가게 하는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두 가지 약점을 극복한 삼성전자가 글로벌 IT 기업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할 날을 기대해 본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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