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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세상]끔찍했던 여행에 건배, 타이타닉 어워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1분 6초

[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여행은 떠나기 전 가장 완벽하다. 일단 집을 나선 순간부터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와 악재가 출몰하며 여행은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기대에 부풀어 출발했으나 만신창이로 돌아왔던 여행에 대한 기억 하나쯤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세상에 흠잡을 데 없는 여행이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운을 떼는 '타이타닉 어워드(www.titanicawards.com)'는 이런 악몽같은 기억을 일일이 밝혀내는 사이트다.


[온라인세상]끔찍했던 여행에 건배, 타이타닉 어워드 타이타닉 어워드에 올라온 글을 엮은 동명의 책도 출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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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행산업은 매년 9억명의 여행객을 실어나르며 세계에서 가장 큰 산업 중 하나로 성장했다. 여행의 낭만 뒤에 가려져 있는 산업과 자본의 개입은 어마어마하다. 타이타닉 어워드는 거대 여행산업이 미디어에 광고를 퍼붓고, 이로 인해 미디어는 여행의 단점을 숨기게 된다고 꼬집는다.


여행에 대한 편견도 문제다. 영화와 책과 연극에 대한 매서운 비판은 넘쳐나지만 여행지는 언제나 이상향처럼 묘사되고 여행은 지친 일상에서의 유일한 도피로 격상된다. 여행 관련 매체들은 언제나 잘 꾸며진 리조트 사진을 표지로 실을 뿐 특정 여행지를 지목하며 이곳이야말로 엉망이라고 하는 법은 절대로 없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우리의 여행이 늘 그렇게 환상적이었던가? 절대 아니다.

타이타닉 어워드는 여행산업의 눈속임과 여행에 대한 일반적 환상을 동시에 깨뜨린다. '까칠한'여행기를 더욱 환영하는 이 사이트는 여행산업의 문제점을 밝혀내기 위해 모두 함께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자고 주문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그 문제점들을 거칠게 타박하는 대신 우열을 가려 시상하고 축하의 멘트까지 덧붙인다는 것이다. 타이타닉 어워드는 "이런 시상식의 형태는 기존 미디어들도 여행산업의 문제점을 포용하고 가시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장외의 투사로 남기보다 이슈를 더욱 키워갈 수 있는 영리한 선택을 한 셈이다.


타이타닉 어워드는 고정 필진과 방문자들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항공, 숙박, 기념품, 음식 등 각 카테고리별로 '수상 후보'감들을 차곡차곡 모아 독자들의 투표와 필진들의 선택에 따라 상을 준다. 현재 항공 부문에 올라 있는 수상 후보 관련 글은 이렇다. "에어프랑스 항공기, 화장실 막혀서 회항", "항공기 대기시간 최고기록은? 두 달!" 특히 화장실은 어느 나라에서든 여행을 망치는 일등 공신인데, 타이타닉 어워드는 아예 화장실 카테고리를 따로 뒀다. 이 카테고리에는 각국의 화장실에 충격을 받은 독자들이 직접 촬영해 올린 화장실 동영상이 가득하다. 다 허물어져가는 시멘트 바닥에 구멍이 뚫려 있을 뿐인 중국의 화장실, 안내방송이 나오는 일본의 변기 등 화장실이 가져다주는 문화충격은 크다.


타이타닉 어워드는 이밖에도 최악을 뽑는 설문조사도 진행한다. '세상에서 제일 맛없는 맥주를 만드는 나라는?' 1위는 미국,2위는 중국이다. 우리나라 소식도 실려 있다. 한여름 해운대의 엄청난 인파 동영상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변 중 하나'라는 평이 따라왔다. 모래성 쌓으려면 힘들겠다는 걱정은 덤이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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