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와 단독 신년 대담..."요즘 중앙 정치 코미디"...대권도전 의사 간접 시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토끼띠(63년생)인 송영길 인천시장이 위기 수습에 주력했던 지난 해와 달리 신묘년인 올해는 희망의 해로 만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송 시장은 지난 7일 아시아경제와의 신년 대담에서 "지난해에는 재정위기 수습을 위한 로드맵 제시에 주력했다. 하지만 올해는 만들어서 실천하는, 논란은 매듭짓고 일이 집행되는 한해를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송 시장은 이어 취임 후 계속되고 있는 개발 사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안 되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되는 사업은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초 국회의 예산 날치기 사태 등 중앙 정치에 대해선 "코미디다. 뭘 좀 제대로 알고 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최근 발표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복지 정책에 대해선 "소외됐던 복지가 논쟁이 되는 것은 바림직하다"고 촌평했다.
대권 도전 의지도 간접적으로 밝혔다. 송 시장은 정치인의 리더십과 관련해 전직 대통령들을 예로 들면서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은) 시대적 흐름에 맞으면 쓰인다. 나도 장점은 키우고 단점은 최소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송 시장과 아시아경제신문의 단독 인터뷰 전문이다.
▲ 피곤해 보인다는 말이 많다. 피로는 어떻게 푸나?
- 요즘 좀 나아졌다. 술을 자제하고 심지어 간장약도 먹었다. 연평도 포격 사태를 수습하러 뛰어 다닐 때가 가장 힘들었다. 하루에 한 번 100번 절을 하는데 운동이 많이 된다. 출퇴근길에 지하철역을 걸어서 오가는 것도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 홀로 시간이 났을 때 하는 일이 있다면?
- 인터넷을 검색한다. 영어나 중국어로 된 해외 소식을 주로 찾아 본다.
▲ 가족들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 얼마 전엔 가족들과 '당산대지진'이라는 영화를 봤다. 큰 딸은 올해 미대에 진학하기 위해 곧 본고사를 볼 예정이어서 걱정이 많이 된다. 올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들과는 영어로 토론을 하면서 얘기를 나눈다. 아들이 영어를 곧 잘 하는데, 너무 모범생이어서 걱정될 정도다. 똑똑해서 공부 잘하니 교수나 박사가 될 것 같다.
▲ 정치지도자이신데, 리더십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을 제시하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능력이다. 시대적인 상황에 맞는 목표를 잘 제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시대를 읽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대 정신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고 사람을 설득해서 통합해 에너지를 모으는 능력이 바로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 본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 부족한 게 많다. 완벽한 리더십은 있을 수 없다. 장단점과 그늘이 있을 수 있다. 시대적 요구와 맞으면 그 리더십이 쓰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IMF 구제금융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준비된 대통령을 요구한 시대적 상황이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약점이 있지만 구시대 정치 타파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요구, 학력 타파 등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있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좌우 이데올로기를 떠나 실사구시 정치를 해봐라, 실용주의를 보여 달라는 시대적 요구 때문에 쓰임을 받았다.
나도 단점이 많지만,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으며, 뭐든지 뚜렷한 역사의식을 갖고 해보려고 하고 있다. 또 정치인으로서 한길을 걸어왔다. 왔다갔다 하지 않았다. 학생운동 시절부터, 당 이름은 바꿨지만 일관된 흐름을 갖고 정치를 해왔다. 역사의식을 갖는 정치를 해왔다. 이 시대와 맞아 떨어지면 쓰임을 받는 것이고, 아니면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장점을 잘 보강해서 단점을 최소화하는 것을 지향한다.
▲ 개인적 호감도가 낮다는 평가가 있다.
- 실제 컨텐츠에 비해 포장이 덜 돼 제 평가 못 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잘 안 웃는다는 지적을 받는데, 밝은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낙관적이고, 건강한 모습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 아직까지 정치인인 것 같다, 경제나 행정인으로서의 모습은 약한 것 같다.
- (목소리를 높이며) 국회의원 시절부터 경제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많이 했다. 대학도 연대 상대를 졸업했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6년을 일했다. 경제자유구역법과 한미FTA, 상가임대차 보호법도 내가 주도했다. 386세대 정치인 중 가장 경제통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아는 기업인들은 모두 "당신만큼 경제를 많이 아는 사람도 드물다"고 좋게 평가한다.
선거 과정에서 인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이 전임 시장 시절 너무 낙후돼 생산기반마저 침식된 것을 깨닫고선 이를 복구하겠다고 했고, 취임한 후에는 산업 유치와 활성화를 위해 뛰고 있다. 누구보다 경제에 애정을 가지고 해오고 있다.
▲ 본격적인 시정을 추진해 나가는 첫 해다. 소회와 각오는?
-지난해는 슬픔과 희망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냈다. 도시발전의 철학부재와 불투명한 정책결정 과정 속에서 외형위주의 개발로 시의 부채가 수년 내로 10조원을 상회할 것이 분명해지면서 시민여러분의 불신을 얻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는 또 변화를 갈망하는 인천시민의 뜻에 따라 민선5기 인천시정이 출범하는 희망의 시작이었다.
앞으로 경제ㆍ교육ㆍ문화ㆍ예술ㆍ체육 등이 조화를 이루어 풍요로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을 착실히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 시정 3대 원리로 아이키우기 좋은 세상과 공정 기회의 교육도시, 청년 일자리 창출도시로 정했다. 새해를 출발하며 다짐하는 4자성어를 '赤誠報仁'(적성보인)으로 삼았다. 진정과 정성으로 인천을 위해 뛴다는 의미다.
▲ 최근 희망적 이야기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때라고 언급했는데, 어떤 것들을 준비 중인지?
- 이제 재정위기는 마무리 중이다. 가닥을 잡았다. 루원시티, 밀라노프로젝트나 아트센터, 검단신도시 등도 올해 안에 정리될 것이다. 아시안게임 경기장들의 공사도 올해 착공된다. 올해는 만들어서 실천하는 해로 만들 것이다. 논란은 매듭짓고 일이 집행되는 한해를 만들겠다.
19일 미국에 가는데,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유치를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되도록 확인하고 올 것이다. 몇 개 기업 유치 프로젝트도 실행하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만나 올해 세계 모의 유엔 대회(GMUN)송도 유치를 추진할 것이다.
2월엔 지자체장으로 국내 첫 공식 초청을 받은 러시아를 방문해 바라크 함 깃발 반환때 합의한 상호 교류 강화 방안을 실천할 계획이다. 용유ㆍ무의 프로젝트와 관련 중동에 가서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볼 생각이다.
▲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외자ㆍ기업 유치 등 주요 사업 추진 계획은?
- 최근, 지식경제부의 인천경제자유구역 일부 해제에 동의한 것은 집중적이고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정한 것이다. 오히려 개발 가능성이 높은 곳에 역량을 결집하게 돼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용유무의 문화관광레저복합도시 조성 사업의 경우 5월 지경부에 실시계획 인가 신청을 하고 주거 교육 상업 문화시설에 대한 테넌트를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특히 영종지구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복합리조트를 오는 2014년 아시안 게임 전 최소 1곳 오픈을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경제수도 추진과 복지ㆍ교육ㆍ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시정 과제로 제시했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 올해는 경제수도 추진 가시화의 원년으로 Action Plan의 본격 실행에 중점을 두겠다. 비전 있는 강소기업 육성과 산업단지 구조 고도화, 제물포 벤처타운 등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 초등학생들을 위한 무상급식ㆍ영유아 무상보육, 셋째아 출산 장려금 지급 등이 추진된다. 올해 처음으로 학력향상 선도학교 10개교를 선정되고 교육환경 개선이 시작된다. 평생교육진흥원을 설립해 평생교육을 활성화 시킬 계획이다.
▲ 인천아시안게임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 지?
-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롯해 건설 산업에 이르기까지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아껴서 잘 치르는' 경제대회 준비가 성공의 최대 관건이라고 본다.
서구 주경기장은 실효성 있는 재정 사업으로 6만석으로의 규모를 줄여 추진 중이다. 지난해 정부지원을 얻기 위해 예산국회에서 전방위적으로 노력했고, 이와 같은 노력은 올해에도 계속 될 것이다. 선수촌 건설은 구월동 보금자리주택 3000가구를 활용하기로 했다.
▲ 광역단체장으로 한계가 있는 남북 교류 정책은 어떻게 할 것인가?
- 중앙정부 차원의 정치ㆍ군사적 관계 개선노력에 앞서 문화ㆍ체육ㆍ학술 등 비정치적 분야의 교류에 힘을 기울여 돕도록 할 것이다. 특히 인천은 서해평화지역 구상 등 10.4선언이 흐지부지돼 군사적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10ㆍ4선언'의 역사적 의미를 기념식과 학술대회 등을 통해 풍부하게 만들어 실질적인 '인천 선언'으로 만들어갈 것이다.
▲ 공직사회 내부에 대한 평가는?
- 현시점은 과도기이며 도태하느냐 진화하느냐의 기로다. 도태하지 않으려면 공부하고 변화하고 혁신해야 하며 타인의 얘기를 귀담아 듣는 자세가 필요하다. 대구가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지 못해 섬유산업 쇠퇴로 어려움을 겪었듯이 하면서 우리 인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준비하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공무원들은 내가 인천시 주식회사의 사장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하며 결정해야 한다. 시정에 대해 공부 좀 더 하고 책 좀 읽어야 한다.
▲ 3선 의원 출신으로서 중앙 정치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드는지?
- (웃으며) 도망쳐 나온게 다행이다. 지난 연말 날치기 당일날 국회에 올라 갔었는데, 답답했다. 예산 때문에 국회를 오가는데 본회의장 앞 로텐다 홀에 주저 앉아있는 과거 동료 의원들을 보면서 가슴 아프고 답답했다. 그들의 사이를 걸어서 가는데, 너무 답답했다. 최소한 뭔지는 알고 싸우는 정치가 됐으면 한다. 자기들이 예산안을 통과시켜놓고 뭘 어떻게 했는지, 여당 대표도 모른다. 코미디다. 뭣도 모르고 위에서 시키는 데로 멱살잡고 싸우는 게 더 큰 문제다.
▲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 정책에 대해 광역단체장으로서 어떻게 평가하나?
- (한참을 고민하다) 복지 문제에 관심 갖는 것은 좋은 일이다. 복지를 내팽개치던 분위기에서 중요한 주제로 등장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박 전 대표와는 같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한동안 일한 적이 있는데, 공부하는 자세가 좋았다.
▲ 끝으로 시민ㆍ독자들에게 새해 인사와 덕담 한마디.
- 지난해에는 인천대교 버스추락사고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시민들께서 단결된 모습으로 이겨내고 있어 큰 힘이 됐다. 제가 토끼해에 태어났는데 토끼는 용궁에 가서도 살아 돌아오는 지혜와 어두운 곳에서도 길을 찾는 명시의 두가지 덕목이 있다고 합니다. 새해에는 지혜와 명시의 능력으로 어려움을 이기고 뜻하신 모든 일을 성취하시길 바란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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