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김석동 금융위원장만큼 화제를 몰고 다니는 관료는 드물다. 그는 2003년 카드사태 때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공개적으로 관치론을 주장해 유명해졌다. 김 위원장은 어제 취임사에서 강력한 정부 역할을 강조해 다시 화제가 됐다. "어렵고 힘든 자리를 가리켜 '사돈집 안방 같다'고 하는데 시기로 보나 임무로 보나 지금의 금융위원장 자리가 꼭 그렇다는 생각이 든다"고 서두를 꺼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에 대해 "근본적인 처방 못지않게 긴급 대책도 중요하다"거나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단호한 실행 능력'을 주문했다. 또 손자병법을 인용해 변화무쌍한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그 전략은 "바람처럼 빠르게, 숲처럼 고요하게, 불길처럼 맹렬하게, 산처럼 진중하게 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마치 일선 사단장 취임사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정부가 전임 위원장의 임기를 무시하면서까지 관치론을 주장한 김 위원장을 불러들인 것은 그만큼 금융현안이 급박한데도 제대로 추진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금융시장에는 김 위원장 말대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과 가계대출 증가 등 많은 과제가 마치 압축파일처럼 쌓여 있다." 따라서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을 때 정부가 나서 질서를 세우고 뒤치다꺼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더욱이 현대건설과 우리은행 매각도 갈팡질팡하며 삐꺽거리고 있다.
그렇지만 금융현안이 화급하다고 해도 정부가 넘어서는 안 될 금도가 있다. 인사의 개입이나 경영 간여 등이 그것이다. 김 위원장도 "정부가 개입할 부분은 단호하게 개입하고, 자율을 부여할 부분에서는 확실하게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행보를 시장은 주시할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 위에서 시키면 확실하게 강력한 추진력으로 돌파해 '영원한 대책반장' '뚝심 있는 해결사'란 별명도 달고 다녔다. 위원장이 된 지금은 상층부의 의중만 받드는 충복이 돼서는 안 된다. 현대건설 매각 등에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금융위원장의 임기를 법에 정한 것은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을 김 위원장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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