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대법원이 지난해 12월 위헌 판단을 내린 '긴급조치 1호'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에게 국가가 형사보상을 해야한다는 법원 결정이 처음으로 나왔다.
긴급조치 1호는 1972년 제정된 유신헌법 제53조에 따라 박정희 대통령이 내린 조치로 헌법을 부정ㆍ비방하는 등 행위를 한 사람을 처벌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는 등 이유로 대통령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 판단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박홍우 수석부장판사)는 1974년 대통령 긴급조치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 받았다가 2009~2010년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은 황모씨 등 8명에게 국가가 4억1590여만원을 형사보상 해야한다는 결정을 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면소 판결을 받은 사람이 무죄를 선고 받을 만한 사유가 있다면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재심에서 면소 판결을 받은 황씨 등은 대법원이 지난해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 판단을 했기 때문에 면소 재판을 하지 않았다면 무죄 선고를 받을 만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씨 등은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사건으로 320여일간 구금을 당했으므로 구금 종류 및 기간, 구금기간 중에 받은 정신적ㆍ신체적 고통 등을 고려해 국가가 황씨 등에게 1인당 5168만~5343만원씩을 보상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황씨 등은 1974년 '유신헌법과 대통령 긴급조치 폐기를 위해선 우리 학생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식으로 대학생들을 모아 선언문을 배포하는 등 긴급조치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7~10년을 선고 받았다.
이듬해 2월 형 집행정지로 석방된 이들은 2009~2010년 재심에서 '대통령 긴급조치 제1호 위반 혐의의 처벌 근거가 되는 긴급조치 1호는 그 근거법인 옛 헌법 제53조가 1980년 제5공화국 헌법 제정ㆍ공포에 따라 폐지되면서 실효됐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았다.
성정은 기자 j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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