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엔 무료급식 봉사, 저녁엔 뮤지컬 관람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은평구 대조동 한 건물 지하에 '나눔의 둥지'라는 봉사단체가 있다.
눅눅한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150㎡ 남짓한 공간에 있던 수십 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나눔의 둥지' 회원들이 낯선 이들을 반겨 주었다.
지난 22일 은평구청 관광공보담당관 직원들이 무료급식 봉사를 위해 '나눔의 둥지'를 찾았다.
한 끼의 식사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마치 큰 선물이라도 기다리는 아이들처럼 진지해 보였다.
구청 직원들은 앞치마를 동여매고는 음식 재료를 다듬어 어르신들을 위해 정성스레 조리하고 일일이 식판에 담아 나누어 드리고, 설거지 마무리까지 했다.
서투르고 투박하였지만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손길들이었다.
이날 봉사에는 김우영 은평구청장도 함께 참여, 급식을 도왔다.
구청 직원들이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김 구청장의 남다른 당부 때문이기도 하다.
연평도 사건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 등으로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사랑의 손길이 더욱 필요한 때에 간소하고 뜻 깊은 송년행사로 차분하게 연말을 보내도록 각별히 당부하였던 것이다.
'나눔의 둥지'는 하루 150여명의 외로운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점심을 제공하는 봉사단체다.
8년 전 뜻을 같이 하는 몇몇 이들로 시작한 것이 지금은 10여명의 임원과 알음알음으로 모인 1500여명이 후원하는 단체가 됐다.
하지만 고정적인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이외에는 별다른 지원이 드물기만 하다.
더군다나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이름 있는 복지시설에 밀려 지원이 더 궁한 실정이다.
이 곳에서는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료 공부방도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대ㆍ숙명여대ㆍ서울여대 등의 대학생들이 아이들의 공부를 돌봐 주고 있다.
여기서 공부한 한 여학생이 올해 고려대학교에 합격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나눔의 둥지' 권주웅 회장은 식사도 하고 공부도 하는 지하 공간이 외롭고 가난한 이들에게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무엇보다 난방 연료가 필요하다며 많은 이들의 도움의 손길을 부탁했다.
관광공보담당관 직원들은 ‘삼일로창고극장’에서 다 함께 뮤지컬 ‘결혼’을 관람하며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송년의 정을 나누었다.
폭탄주와 노래방에서 흥청망청 먹고 마시는 송년이 아니라 봉사하고 마음의 양식을 쌓으며 차분하게 ‘송구영신’하기로 한 것이다.
박종일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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