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양의지(두산)는 따뜻한 겨울을 마다했다. 오히려 혹독한 훈련을 자처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내년 주전 포수 경쟁 역시 치열하다는 것을.
눈앞에 펼쳐진 새로운 레이스. 양의지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올해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렸다. 주전 포수 마스크를 쟁취했고 빼어난 타격까지 과시했다. 그래서 당당히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프로 입단 5년 만에 거둔 결실. 프로야구 최저치(2400만원)에 사인하던 관례는 올해로 종지부를 찍었다. 연봉 대폭 상승이 예상된다.
그렇다고 어제를 잊은 건 아니다. 양의지는 여전히 이름처럼 의지로 충만하다. 내년을 위해 쉴 틈 없이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 훈련에 참가했다. 그 각오는 남달랐다.
“여느 겨울과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난해보다 더 혹독하게 훈련할 생각이다.”
긴장의 끈을 조일 수밖에 없다. 올해 꿰찬 안방마님 자리를 언제 내 줄지 모른다. 선배 용덕한은 포스트시즌 맹활약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상무서 갓 제대한 김재환도 기량이 급성장했다 평가받는다.
양의지는 “내년 주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지난해 용덕한, 최승환과 주전 쟁탈전보다 더 치열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래서 그는 2011년을 재도약의 해로 삼았다. 가장 먼저 시도한 건 체중 감량. 가볍고 날렵해져야 보다 민첩한 포수가 될 수 있다 판단했다. 양의지는 “뚱뚱한 포수는 옛말”이라며 “올 시즌을 통해 공수 모두서 좀 더 빨라져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를 절실히 실감한 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였다. 두산은 2승 3패를 기록, 삼성에 한국시리즈 행 티켓을 내줬다. 양의지는 “내가 부족해서 진 것”이라며 “만회를 위해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은 건 아니다. 그는 그간 탄탄한 내공을 쌓았다. 2006년 두산 입단 뒤 양의지는 줄곧 2군에 머물렀다. 홍성흔(롯데), 김진수(상무 코치), 강인권(두산 코치), 용덕한 등 빼어난 선배 포수들이 건재했던 까닭이다. 그는 일찍 군 문제를 해결하기로 하고 2008년 경찰청에 입대했다.
2년의 복무 기간 동안 양의지는 자신감이라는 소득을 얻었다. 그는 “유승안 감독이 기회를 많이 준 덕에 경기 출전이 늘어났다”며 “그 덕에 기량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이는 제대 뒤 상승세의 주 원동력이 됐다. 양의지는 “입대 전과 달리 의욕적으로 훈련에 임할 수 있었다”며 “그런 모습에 김경문 감독이 합격점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올해 첫 선발로 출전한 3월 30일 목동 넥센전에서 선제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더 이상 주전 포수는 꿈이 아니었다.
그 뒤로도 양의지는 연일 맹타를 휘둘렀다. 올 시즌 기록은 타율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 그는 “선배들 못지않게 칠 수 있다는 긍정 덕에 타격이 잘 됐다”며 “늘 타석에 서기 전 ‘후회 없이 치자’고 마음먹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자신감은 수비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양의지는 “선배 투수들을 리드하는 게 처음에는 어색했다”면서도 “사전 의견 조율서 내 의견을 존중해 준 덕에 편하게 포수 마스크를 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화려하게 만발한 2010시즌. 자만은 없다. 노력만 있을 뿐이다. 양의지는 잘 알고 있다. 신인왕 타이틀이 창창한 미래까지 약속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는 여전히 자신을 ‘평범한 포수’라고 소개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나만의 색깔을 가진 포수가 성장하고 싶다. 강민호(롯데)와 같은 패기로 무장해 돌아오겠다.”
겨울잠마저 마다한 양의지가 내년 어떤 색깔로 두산의 안방을 책임질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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