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말하는 책 '학문의 즐거움'
[총장님의 책 2편]大入 1주일 전 거름통 메던 고교생 수학의 노벨상 받다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말하는 책 '학문의 즐거움'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총장님의 책'으로 '학문의 즐거움'을 보내왔습니다. '아시아경제신문사'가 전국 15개 주요 대학 총장님 앞으로 다음과 같은 편지를 드린 것에 대한 답신입니다. "대학이 원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입니까? 또 2011학년도 신입생들에게 입학하기 전 꼭 읽기를 바라는 책은 무엇입니까?" 이 책의 저자인 일본의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자라는 과정은 이기수 총장의 삶과도 닮은 꼴입니다. 이기수 총장은 9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자라면서 '끈기' 하나를 유일한 밑천으로 공부해 마침내 고려대 총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벽촌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박사학위를 받고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드상을 수상한 저자 헤이스케의 삶을 통해 이 총장이 강조한 것은 역시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끊임없는 도전 정신입니다. <편집자>
◆ 대입 1주일 전 거름통 메던 고교생 '도전·끈기'로 수학의 노벨상 받다
고등학교 시절엔 입시 공부에 바쁜 가운데서도 칸트, 마르쿠제, 헤겔 등 철학자들의 책을 열심히 읽었다. 그 후 학부, 대학원 시절과 평교수 시절 내내 다독을 자부했다. 하지만 총장이 되고 나서는 독서할 시간이 없어 움직이는 차 안에서 독서를 하곤 한다. 요즘은 읽는 책도 많이 달라져 대학이 나가야 할 방향, 학생들에게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책을 많이 찾는다. 이렇게 틈틈이 읽은 책 가운데 대학 진학을 앞둔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바로 '학문의 즐거움'(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김영사 刊)이다. 이 책을 통해 학생들은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함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왜 중요한 지를 배울 수 있다.
저자 히로나카 헤이스케는 야마구치 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일본을 대표하는 수학자로 자라났다. 그는 대학입시 일주일 전까지 밭에서 거름통을 들었고 대학 3학년이 돼서야 수학의 길을 택했다. 하지만 끈기를 유일한 밑천으로 결국 수학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필드상까지 받았다.
그는 결코 천재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솔직히 나 자신이 볼 때 내가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나는 노력하는 데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자신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끝까지 해내는 끈기에 있어서는 결코 남에게 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는 난제 '특이점 해소'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교토 대학 3학년 때 결심하고 무려 10년 동안 매달린 끝에 1962년에야 완전히 해결하게 된다. 이 문제를 풀어내면서 그는 4년에 한 번씩 주어지는 수학의 최고상인 필드상을 받게 된다.
이렇게 한 문제에 매달리는 그에게 주변의 스승과 동료들은 "문제와 함께 잠자라(Sleep with problem)."라거나 "물기 위해서는 이를 단단히 하라(You need strong teeth to bite in)."는 말을 들려줬다. 이는 어려운 문제도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매달리는 그의 학문적 자세를 주변 사람들이 높이 평가한 대목이다.
그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을 들려준다. '호황도 좋고 불황도 좋다'는 생각이다. 그는 대학시절 돈이 없어 방학이 되면 교수의 책을 빌려 고향에 돌아가 대학 노트에 옮겨 적어 공부했다. 또 대학 학부와 대학원 7년 동안 1.5평짜리 조그만 방 한 칸에서 하숙하며 사과 상자를 책상으로 썼던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하지만 그는 이런 일이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고백한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있었기에 별로 고생스럽다고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려대는 명품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꿈을 이루는 미래인', '소통하는 세계인',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지도자'를 교육목표로 정하고 내실 있는 전공과정과 다양한 글로벌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의 이런 노력도 학생들의 노력과 도전정신이 밑바탕이 되지 않으면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끈기있게 노력하고 도전하겠다는 '패기'가 조금은 부족하지 않은가 싶은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학문의 즐거움'.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평범해 보일 정도로 특별하지 않은 한 사람이 어떤 과정을 통해 세계적인 수학자로 발돋움했는지를 살펴보면서 많은 학생들이 포기하지 않는 '패기'를 키워보기를 기대한다. < 고려대학교 총장 이기수 >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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