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할인율 너무 높다", 예비사업자 "할인율 아직도 부족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도매대가 최대 44% 할인율, MVNO에게 지나친 혜택 줘 시장왜곡 우려된다"(SK텔레콤)
"통신장비 등 투자할 경우 44% 할인율로도 수익 내기 어렵다. 더 할인해야 한다"(MVNO 예비사업자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8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동통신 재판매 제도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관련 고시를 확정하자, 의무 사업자인 SK텔레콤과 예비사업자들이 우려가 쏟아지고있다. 사업자측에 지나치게 많은 혜택을 줬다는 주장과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요금 20% 싼 제 4 이통사 연말께 등장
방통위가 확정한 '도매제공 조건 절차, 방법 및 대가의 산정에 대한 기준(고시)'에 따르면 자체 설비 투자 없이 100% SKT의 망과 설비를 빌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순MVNO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는 SKT의 소매요금에서 31%를 할인받은 값에 망을 제공받는다. SKT는 소매요금의 69%를 망 대공 대가로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일부 설비를 보유한 완전MVNO는 설비 보유 정도에 따라 소매요금의 33%∼43%를 할인받는다. 방통위 관계자는 "MVNO 사업 계획을 밝힌 업체들이 제시한 요금안을 감안하면 현재 요금보다 최대 20% 저렴하게 소비자들이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통위는 또 MVNO는 설비투자 여부와 상관없이 개인정보보호전담기구를 설치하고 24시간 고객응대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이용자 보호 조치 기능을 강화하도록 했다.
◆SKT "시장교란 우려"
SKT는 MVNO에게 지나친 혜택을 줘 시장을 교란시킬 것이라고 즉각 반발했다. SKT 관계자는 9일 "해외 주요국가의 할인율은 평균 32% 수준"이라면서 "MVNO 제도의 취지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한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유도해 경쟁을 촉진시키자는 것이지 단순히 낮은 대가를 산정해 차익만 남기는 사업자를 양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SKT는 지나치게 낮은 도매대가를 적용할 경우 ▲시장왜곡 ▲이용자 피해발생 ▲투자위축 ▲외국업체의 국내시장 잠식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MVNO 사업자는 SKT에게서 싸게 사 적정 마진을 붙여 파는 것만으로도 수익이 나기 때문에 할인율이 높을 경우 자격을 갖추지 못한 MVNO가 난립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SKT 관계자는 "미국 MVNO 사업자 중 하나였던 앰프드모바일(Amp'd Mobile)의 경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무리한 마케팅으로 체납자 양산 등 사회문제를 야기하다 결국 파산했다"면서 "이런 사업자가 양산될 경우 통신사의 투자 의욕만 상실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SKT는 지난 10년간 국내 시장 진출을 노렸던 유수의 해외 MVNO 사업자들이 국내통신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약 30%의 할인율로도 성공적인 MVNO 사업을 해왔던 외국업체들이 관련 노하우를 갖고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향후 시장이 잠식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MVNO 예비사업자인 KCT와 온세텔레콤 등은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통신 시장 환경에서는 단말기 보조금과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필요한데 현재 도매대가로는 이런 비용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비사업을 준비중인 한 관계자는 "단순MVNO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율이 1%에 불과하다"면서 "정부의 MVNO 도입 취지가 경쟁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하고 통신요금을 낮춘다는데 있기 때문에 할인율을 더 낮춰 일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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