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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씁쓸한 뒷맛만 남긴 광고주협회장 선임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지난 2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크리스탈볼룸.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광고주협회 임시총회가 무거운 분위기 속에 열렸다.


이날 개회사에서 이순동 전 회장은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며 "새로운 10년을 맞기 위해 전경련이 직접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동안 회장직 사퇴를 강하게 거부하던 이 전 회장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그의 표정에서 그대로 읽을 수 있었다. 결코 자의로 사퇴한게 아니라는.

이 회장의 자진 사퇴를 기다렸다는 듯 정병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일사천리로 신임 회장에 선임됐다. 이미 199명 가운데 95명의 회원들로부터 백지위임장을 받아놓고 짜여진 각본대로 진행됐기 때문. 그는 이 전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며 예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이번 총회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독립기구인 광고주협회가 전경련의 품안으로 들어간 모양새인데다 교체 과정에서 무수한 억측이 난무했기 때문이다.


당초 총회는 2월24일 열릴 예정으로 이 전 회장의 연임이 예견돼 왔다. 하지만 대기업 중심의 광고주협회 운영위에서 이 전 회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유회됐다. 지난 2008년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이 불매운동을 전개한 일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불만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전 회장의 퇴임 배경에 정부 고위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얘기도 무성했다. 한마디로 정부의 지시(?)에 제대로 따르지 않아 괘씸죄에 걸렸다는 것. 광고주협회는 순수한 민간단체이다. 그런데 독립기구로 활동하며 광고주의 목소리를 대변하던 광고주협회가 이젠 전경련의 입김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광고주협회가 전경련의 품안에 들어갈 이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듯 하다. 결국 '보이지않는 손'이 작용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정기총회가 유회된 것은 광고주의 목소리를 충실히 반영해 더 발전하기 위한 '성장통'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88년 전경련 주도하에 '광고주의 권리를 찾기 위한 권익단체 설립 필요성'에 따라 독립 기구로 만든 광고주협회가 깃털(전경련)을 통해 몸통(정부)이 좌지우지 하려는 '악습의 덫'에 걸린건 아닐까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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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기자 gal-run@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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