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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블랙박스]제공호와 항공선진국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수출 백억불 돌파, 국민소득 몇천달러 돌파, 사상 첫 무역흑자 달성 등의 소식들이 TV 뉴스의 메인을 장식하던 시절이었던 1980년대 초중반. '제공호(制空號)'라는 이름도 어린 초등학생(당시 국민학생)들의 가슴을 들뜨게 한 단어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세계 하늘을 양분하던 미국과 소련의 최첨단 전투기에 비해서는 초라하게 보일 수 있는 성능이었지만 최초의 국산 전투기라는 선전에 많은 어린이들이 파일럿의 꿈을 꾸기도 했습니다. 정확히 표현하면 미국의 F5 부품들을 가져와 조립한 국산 조립전투기지만 자동차의 국산화율조차 높지 않았던 1982년이란 점을 감안하면 그조차 쉽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제공호가 세상에 빛을 본지 어느새 28년이 지났습니다. 제공호는 어느새 사고가 잦은 낡은 기종 얘기가 나올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됐습니다. 당시 기세로는 금방 항공 선진국이 될 것처럼 보이던 우리나라는 당시보다 국민소득이 10배 가량 늘었음에도 항공산업 수준은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항공산업 규모는 세계 16위로 다른 분야의 국제경쟁력에 뒤쳐진다고 합니다.


정부가 지난 21일 한국형 전투기(KFX), 공격헬기(KAH) 등 군용기와 민항기(民航機)의 개발을 추진한다는 '항공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현재 19억달러 수준인 항공산업의 생산규모를 2020년까지 200억달러 수준으로 육성해 현재 세계 16위인 항공산업 수준을 세계 7위의 항공선진국으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통해 관련기업 300곳 육성, 약 7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입니다.

이번 계획에는 군수부문과 외국산 항공기에 편중했던 국내 항공산업을 민군 공동성장과 민항기, 무인비행기 개발, 인프라 구축, 항공정비 서비스산업 육성 등을 통해 재도약 시킨다는 구상이 담겨 있습니다. 이번 항공산업 발전 계획의 핵심은 한국형 전투기와 한국형 공격헬기를 자체 개발한다는 내용입니다. 두 사업에 들어가는 자금만 수십조원에 이릅니다.


정부 목표대로 10년후 세계 7대 항공선진국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당장 투입되는 돈이 천문학적이다 보니 관련산업에 미치는 파장은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메머드급 사업에 증시 역시 요동쳤습니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우려로 시장이 급락한 지난 금요일(22일)에도 항공주들은 동반 상한가를 기록하며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종목들은 역시 방산 관련주입니다. 빅텍퍼스텍이 나란히 상한가를 갔습니다. 휴니드는 상한가까지 오르진 못했지만 9.46% 상승 마감했습니다.


빅텍은 지난 2006년부터 항공기용 전자전시스템을 양산하는 업체입니다. 퍼스텍은 한국형 중형헬기인 UH-60의 배선장치 및 전자부품을 개발·납품했으며 초등·고등훈련기(KT-1, T-50) 양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휴니드는 40년간 군 무선통신 사업으로 특수통신 및 전술통신 장비를 생산/공급하는 전문 방산업체로 몇년전 보잉사와 국내에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M&S) 연구소를 공동 설립, 운용하는 데 합의하는 기본합의서를 체결,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22일 상한가로 마감한 비츠로테크는 진공상태 초정밀접합, 특수공정 설계 등을 이용해 항공산업쪽 비중을 높이고 있는 부분이 부각되며 우주항공 테마로 묶이는 종목입니다. 계열사란 이유로 함께 움직이는 비츠로시스는 이날도 동반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반도체 배관설비 시공 및 D램모듈 제조업체인 한양이엔지도 기존 기술들을 기반으로 우주항공쪽 매출을 늘려가는 추세입니다. 공흥 나로우주센터에 발사체 관련 설비제작에 참여중입니다. 역시 22일 상한가로 마감했습니다. 역시 상한가 마감한 이엠코리아는 국산 고등 훈련기인 T-50에 부품을 납품한 적이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T-50 관련종목인 MDS테크도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MDS테크는 T-50에 탑재예정인 운영체제를 개발한 업체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이 이를 근거로 주목할 종목이라고 언급까지 했습니다. 유진투자증권은 방산 대장주인 삼성테크윈도 T-50의 엔진을 국산화했다며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위다스는 한국형 기동헬기(KUH) 국산화사업 협력업체(항공매출비중 20%)란 점이 부각되며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밖에도 국내 유일의 민간 인공위성 제작업체인 쎄트렉아이도 4.47% 상승하며 정부의 항공산업 계획 덕을 봤습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녹색성장 테마 등 정책 테마들의 상승세를 감안할 때 항공산업 관련주들도 테마를 형성해 당분간 시세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아직 국내 항공산업의 초기단계 및 실적의 가시성에 대한 시간 소요, 구체적인 정부의 지원방안, 장기적 관점에서의 실효성 검증 등을 고려시 종목별 옥석 가리기와 함께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는 말도 함께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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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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