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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軍복무중 정신적 압박도 가혹행위"

[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군대 내에서 상급자가 교육을 목적으로 한 행위더라도 하급자가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인 압박을 받았다면 가혹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차한성 대법관)는 금연을 훈계하기 위해 사병들에게 코로 담배를 피우게 하고 약초를 강제로 먹게 한 혐의(가혹행위) 등으로 기소된 원사 김모(51)씨의 상고심에서 가혹행위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소속부대에서 주임원사로 근무하던 김씨는 2007년 6월 부대 사병들이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강제로 코로 담배를 피우게 하고, 금연에 도움이 된다는 약초를 억지로 씹어 먹게 했다.


김씨는 또 도로표지판을 흔들리게 박았다는 이유로 뜨거운 물이 담긴 종이컵을 발목에 올려놓게 하고, 약 20분 간 이마를 마주 대고 서게 한 후 뜨거운 물이 담긴 스테인리스 컵을 이마 사이에 놓도록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고등군사법원은 "이 같은 행위들이 피해자들에게 육체적 고통을 가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가혹행위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상해와 직권남용 혐의 등에 대해서만 유죄로 판단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비록 금연을 강조하거나 훈계를 할 목적으로 이 같은 행위를 했더라도 이는 목적달성에 필요하고 정당한 범위 내의 행위라고 볼 수 없고, 피해자들의 인격권을 무시하고 비하하는 행위라고 평가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들에게 화상 등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이들이 느끼는 정신적 압박은 그 위험성이 현실화된 것에 비해 결코 작지 않고, 이 같은 행위 자체가 견디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는 군형법상의 가혹행위"라고 밝혔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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