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이해상충방지 등 독립성·전문성 강화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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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경영진을 위한 '거수기'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아왔던 사외이사제도 운영실태가 사외이사들의 '입'을 통해 직접 확인됐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선진 경영시스템 도입을 위해 시행된 이 제도가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산적한 숙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은행지주회사와 은행들의 사외이사 제도부터 고쳐나가기로 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7월과 8월 전·현직 은행지주회사와 시중은행 사외이사 116명(응답률 31%)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사회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크게 미친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51.6%가 '경영진·주요주주·이사회집단 등'이라고 답했다. '사외이사 본인의 판단'이라는 응답은 48.4%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외이사 선임이나 연임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집단'이라는 물음에서도 경영진(44.1%)과 주요주주(29.4%)가 전체의 73.5%를 차지, 소위 ‘밥줄’의 힘을 실감케 했다. 이는 아시아경제가 최근 KB금융·신한지주·우리금융·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회사의 올 1월부터 4월까지 이사회 의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제시한 안건이 단 하나도 없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외이사들의 '눈치보기'는 선출 과정에서부터 비롯된다. 금융연구원의 설문에서 '본인을 사외이사로 추천한 사람'은 경영진(36.1%), 정부·금융당국(19.4%), 주요주주(16.7%) 등이 72.2%를 차지했다. '백그라운드‘가 없는 사외이사가 드문 셈이다. 이렇게 선임된 사외이사가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가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드는 '자기 완결적'인 선임절차가 되풀이되면서, 제도 도입 10년이 지나도록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결여되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됐다는 것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사외이사의 독립성 결여는 금융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제개혁연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주총회시즌인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주요 상장회사가 선임한 사외이사 147명 중 10.2%가 현 정부 관련 인사였고, 절반 이상이 영남출신으로 나타났다. 또 이같은 경향은 민영화된 공기업 또는 정부가 대주주인 공기업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조사돼 사외이사가 '정치적 로비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이번 설문결과를 토대로 ▲이사회내 사외이사 비중을 현행 ‘2분의1이상'에서 '과반수(2분의1초과)'로 강화 ▲소수주주(0.5%이상) 추천 사외이사 포함 의무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의장 분리 ▲사외이사 후보추천시 전 과정 및 적격성 공시 ▲경영진과의 유착 방지 위해 임기상한제 및 시차임기제 도입 ▲상근임원의 사외이사 선임을 제한하는 '냉각기간' 3년이상으로 확대 등 독립성 강화를 담보할 수 있는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또 사외이사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사외이사 인력풀(Pool) 도입 ▲정기적인 경영정보 보고 및 제공 의무화 ▲사외이사 보수체계에 책임·노력비례 수당 도입 등을 제안했다.
금융당국도 사외이사의 독립성·전문성 강화를 위해 관련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최훈 금융위원회 은행과장은 "이사회내에 사외이사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은 현재 국회에 제출한 '은행법 개정안'에 포함시켰다"며 "사외이사의 이해상충 방지 요건 강화를 담은 내용도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과 은행업감독규정 개정안에 포함, 법 통과와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또 금융회사와 계열사 또는 특수관계가 있는 회사에 상근임직원으로 근무한 경우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될 수 없도록 하는 '냉각기간'을 2년에서 3년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중장기 검토를 거쳐 향후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 개정시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CEO와 이사회의장 분리, 임기상한제 도입 등은 은행들 스스로 자율규범(Best Practice) 형태로 시행토록 하고, 규범 준수여부를 금융감독상 '경영실태평가(CAMELS)의 주요항목에 반영해 점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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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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