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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사외이사 '거수기' 여전

금융지주회사와 시중은행의 사외이사들이 여전히 '거수기' 역할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의 이사회 의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개최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반대의견을 제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지주는 올해 1월 19일을 시작으로 4월30일까지 총 6차례의 이사회에서 자회사 국민은행에 대한 자본출자, KB생명보험 지분인수 등 12개 안건을 다뤘다. 총 10명(이하 중도 선임·퇴임 포함)의 사외이사들은 출석률 100%를 기록했으나, 모든 안건에 일률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다만 지난 2월 열린 이사회 산하 평가보상위원회에서 상임이사 경영성과평가 기준 등의 안건에 대해서만 보류 의견이 나왔다.


신한금융지주는 2월 2일부터 3월20일까지 개최한 4번의 이사회에서 총 17명의 사외이사들이 스톡옵션 부여, 이사보수 한도 등 총 16개의 안건에 대해 전원 찬성했다. 같은기간 우리금융지주도 총 5번의 이사회에서 12명의 사외이사들의 반대 의견이 단 한건도 없었고, 하나금융지주 역시 5차례 열린 이사회에 12명의 사외이사들이 찬성표만 일제히 던졌다.


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은행에서도 이러한 '거수기' 현상은 고스란히 나타나,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이사회에서도 사외이사들의 반대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사외이사들이 지배주주와 경영진의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당국도 은행권 사외이사들이 경영진과 지배주주 입김에서 벗어나 독립적 의사결정을 내릴수 있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금융연구원이 현재 은행권 전·현직 사외이사들을 대상으로 진행중인 실태조사를 토대로 개선방안 보고서를 만들어 금융위에 전달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사외이사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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