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달중 기자] 정운찬 국무총리가 취임 한 달 만에 또다시 위기에 놓였다.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십자포화에 시달렸던 정 총리가 최근 세종시 수정 논란을 둘러싸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갈등 조짐을 보이면서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해소되지 않은 각종 의혹을 오는 5일부터 실시되는 대정부질문을 통해 제기하겠다고 밝혀 '제2의 청문회' 가능성이 예고된 상태다. 여기에 세종시 문제에 대한 묘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여야의 집중 표적이 될 수밖에 없어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 총리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는 박 전 대표다.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친박(친 박근혜)계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 총리가 원칙론을 강조한 박 전 대표를 의식한 듯 지난달 29일 "(박 전 대표를 ) 직접 만나 설득하겠다"고 말했으나, 이는 오히려 박 전 대표와 친박계를 자극하는 꼴이 됐다.
박 전 대표는 이틀 뒤 부산 방문에서 "의회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해서, 그리고 국민에게 한 약속이 얼마나 엄중한지 모르고 한 말"이라고 정 총리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 대정부질문에 질의에 나설 친박계 의원들은 정 총리에게 세종시 수정론의 실체를 물으면서 원안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한 의원은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세종시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당도 정 총리에게 바짝 벼르고 있다. 대전 출신의 박병석 의원을 대정부질문 첫날에 배치해 세종시 문제를 쟁점으로 부상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세종시 문제를 넘어 인사청문회에서 해소되지 않은 도덕성 문제까지 공세를 강화할 예정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가 정 총리와 박 전 대표 간의 문제로 확대되는 것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 총리의 도덕성 문제와 함께 세종시 수정은 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의미로 문제점을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현안으로 당의 사활을 걸고 있는 자유선진당도 '올인' 할 태세다. 이회창 선진당 총재는 2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국무총리를 시켜서 세종시 원안 백지화 또는 대폭 수정을 획책하고 있다"면서 "정 총리는 세종시에 관해서 수정해야 한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이 총재는 "이 대통령 본인이 나서지 않고 총리를 내세우는 것도 대통령답지 못한 행동이고, 더구나 오늘 시정연설에서도 세종시 문제를 한마디도 언급이 없는 것은 참으로 비겁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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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중 기자 d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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