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용돈 대신 월급이라는 것을 받아먹기 시작하면서 '굿모닝'이 뭔지 까먹어버렸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콧노래가 나올 만큼 상쾌한 아침을 맞이한 것이 언제일까.
일분일초가 아까운 주말, 부족한 잠을 몰아자고 일어나도 도무지 개운하지 않은 만성피로의 카페인 중독자. 커피 한 잔을 재빨리 수혈하지 않으면 병든 닭 마냥 힘없이 꾸물거린다.
주유하듯 카페인을 충전하고 급격히 살아나 바쁘게 일하는 모습도 왠지 생각해보니 슬프다. 어느덧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가고 남은 것은 술살과 카드 빚 뿐인, 지하철이 흔들리는지 내가 흔들리는지 모를 싱글남녀들.
뮤지컬 '싱글즈'에는 마냥 젊지만은 않은 이 시대의 싱글남녀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주인공 나난은 스물아홉의 생일에 몇 년째 믿고 사귀던 애인에게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는다. 직장에서도 디자이너 업무와는 눈곱만큼도 관계없는 레스토랑 매니저로 좌천을 당하고 만다.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자니 대출금, 공과금, 카드값이 물귀신처럼 붙잡는다.
나난의 단짝 친구인 동미는 자신의 업무를 가로 챈 상사에게 시원한(?) 복수를 감행한 뒤 과감하게 사표를 던졌지만, 정말 사표를 던지는 '그 순간'만 멋졌다. 창업을 꿈꾸지만 그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던 중 나난에게는 훈훈한 외모에 은근 귀염성을 갖춘 증권맨 수헌이 싫지 않은 작업의 신호를 보내오고 동미와 동미의 오랜친구 정준은 티격태격하다 과격한 음주로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고 만다.
사실 이미 영화로 '싱글즈'를 접해 본 관객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뮤지컬 '싱글즈'는 입에 쫙쫙 달라붙는 맛깔스런 대사와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아지는 음악이 영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현실에서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인물들이 등장해 공감가는 이야기를 한 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딱히 드라마틱한 사건들이 없어도 관객들을 울고 웃게 만들기에 성공했다.
영화로 이미 본 관객들이라면 영화와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엄정화 장진영 김주혁 이범수 등 배우들의 얼굴이 겹쳐 보이면서 또 다른 재미가 느껴진다.
배우들의 연기는 어느 누구 하나 튀는 인물없이 무난하지만, 4명의 주인공들의 연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음악 또한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성공했다. 특히 담배를 오랜친구로 여기고 넋두리를 늘어놓는 '담배'라는 곡이 인상적.
여전히 '싱글'로 남았지만 지금이야말로 우리들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 일지도 모르겠다는 주인공들의 노래로 좌충우돌 20대가 막을 내린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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