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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블랙박스]조두순과 CCTV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어떻게 인두겁을 쓰고 그런 짓을..."


지난 추석 딸만 둘인 누나에게 '나영이 사건'(지금은 '조두순 사건'으로 부른다지요)에 대한 끔찍한 얘기를 들은 다른 가족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를 성폭행하고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성폭행한 아이를 평생 불구로 만든 그에게 불과 12년의 징역형을 선고한 법원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습니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만 들끓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잊혀지는 정치권과 여론의 냄비근성에도 화를 냈습니다. '조두순 사건' 피해자인 나영이의 주치의인 연세대세브란스병원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도 10일 KBS 심야토론에 패널로 출연해 정부의 안이한 대응을 질타했다는군요.


신 교수는 방송에서 "대통령 취임하고 예슬이가 죽고 조금 뒤 대구성폭력 사건이 터지고 나서 17대 국회 마지막에 전재희 현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하며 당정특위를 만들어 통합적 지원책을 마련하고자 했는데 몇달하다가 없어지고 끝났다"며 "실제로 행정부서에선 조사도 하나도 안하고 대책 만들어 몇달 지나면 또 없어지고 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합니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워낙 커 그런 것일까요. 대통령까지 나서 이대론 안된다고 하고, 아동 성범죄자에 대해 '전자발찌'를 채우는 것을 의무화하느니, 유럽에서 행한다는 '화학적 거세'를 하자느니 하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의견들이 대부분 채택돼 제발 어린이 성폭행에 대한 새로운 뉴스들이 안들리길 바라는 것은 비단 어린 딸을 가진 부모들만은 아닐 것입니다.


끔찍한 사건을 증시와 연관시킨다는 것이 씁쓸하지만 증시에서도 '조두순 사건'으로 주목받는 업종이 생겼습니다. 요즘 골목길에 늘고 있는 CCTV 관련주들이 바로 주인공들입니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안상수 원내대표와 김성조 정책위의장, 김정훈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당 `아동성범죄 특위'를 열고 지역마다 방범용 CCTV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는 소식에 관련주들이 들썩인 것입니다. 때 늦은 감이 있지만 CCTV가 범인을 사후에 잡아내는 데도 유용하고 사전에 범죄를 차단하는 강력한 억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이 소식에 지난 11일 관련주들은 마치 지금까지 아동 성범죄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 여론처럼 반응했습니다. 여당 발표에 CCTV 렌즈 등 광학렌즈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삼양옵틱스는 장중 10.48% 오른 580원까지 치솟기도 했지만 잠시였습니다. 이내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3.81% 오른 545원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CCTV제어시스템업체 비츠로시스도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7.59% 오른 3900원까지 치솟다 보합인 3690원으로 장믈 마감했습니다. CCTV와 DVR을 생산하는 아이디스는 원체 적은 거래량 탓인지 움직임이 크지 않았습니다. 장중 2.31% 오른 1만5500원까지 오르다 1.98% 오른 1만5450원으로 마감됐습니다.


일반 투자자들의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종목은 삼양옵틱스였지만 증권사들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종목은 아이디스입니다. 아이디스는 시가총액 1500억원대 기업으로 대다수 증권사들이 목표가와 투자의견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이후 나온 증권사들의 아이디스에 대한 목표가는 1만5800원(푸르덴셜)에서 1만8500원(삼성)으로 투자의견은 대부분 '시장평균'과 '보유'입니다. DVR에 대한 수요 부족으로 역성장이 계속되는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모멘텀이 없다는 게 증권사들의 분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나라당의 CCTV 확대방침이 아이디스에겐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디스는 지난해 매출 812억원에 순이익 278억원을 기록한 대표적 우량 중소형주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유보율은 무려 2686.99%나 됩니다.


올해도 하반기 들어 모멘텀 부족 등의 얘기가 나오며 '매수' 의견이 자취를 감췄지만 상반기까진 증권사들에게 인기도 좋았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월 목표가를 3만1000원으로 제시하기까지 했습니다. 대신증권과 키움증권의 목표가는 2만5000원이었습니다. 모두 이 기업의 성장성과 안정적인 현금흐름, 우수한 재무구조 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물론 여당의 CCTV 확대 정책이 DVR을 주로 수출하는 아이디스의 수혜로 연결되려면 여러 경로를 거쳐야 합니다. 당장 실질적 수혜가 얼마나 될런지 계량하기도 힘듭니다. 이는 삼양옵틱스비츠로시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의 주가가 11일 잠깐 끓었다 차갑게 식는 냄비처럼 반응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적절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어린이 성범죄 문제가 4대강 사업에 대한 논란만큼만 지속적으로 다뤄지면 좋겠습니다. CCTV 테마까지 4대강 테마처럼 움직이면 안되겠지만...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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