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주체 없는 시장에 무턱대고 뛰어들기는 위험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추석연휴를 모두 마치고 일상생활로 돌아오는 첫날 바깥공기는 유난히 쌀쌀하기만 하다. 추석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짧은 소매의 옷이 어색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긴 소매의 옷을 입고 있어도 스쳐가는 찬 공기에 몸이 저절로 웅크려진다.
주식시장의 공기도 한순간에 바뀌었다.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던 투자자들의 시선은 어느새 우려감으로 바뀌었고, 1700선을 껑충 껑충 뛰어넘던 코스피 지수는 1600선 중반대로 밀려났다.
잘 나가던 코스피 지수가 주춤거리기 시작했으니 매수 기회로 잡아야 하는게 아니냐는 일부 투자자들의 기대섞인 목소리도 들려오지만, 지금의 쌀쌀한 날씨가 계절의 변화를 의미하는지, 아니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찬 바람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무턱대고 매수에 나서기는 너무 위험해보인다.
매수기회가 되려면 주가가 오른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지만,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 즉 가격이 오르기 위해서는 사려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현재 주식시장에서는 주식을 사려는 매수 주체가 떠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던 외국인은 이미 6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지속하고 있고, 기관 투자자들은 늘어가는 펀드 환매 압력에 매수 여력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주식시장의 급락을 막아낸 프로그램 매수세 역시 변수다. 현물시장의 상대적인 약세로 시장 베이시스가 개선되면서 프로그램 차익 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이 중 일부 물량이 오는 8일 동시만기일에 출회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차익 순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을 긍정적으로만 보기도 어렵다.
남은 것은 투심이 갈대와 같이 흔들리는 개인 투자자들인데,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이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식시장의 매수주체가 딱히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사려는 사람이 없는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연히 그루터기에 걸려 토끼가 넘어져 죽은 것을 보고 그루터기 옆에서 토끼를 기다리고 앉아있는 어리석은 농부의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외국인의 매도가 일시적인 것이고 다시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외국인의 매수세를 불러 일으키기에는 모멘텀이 다소 부족해보인다.
외국인의 경우 미 증시의 영향을 크게 받는 편이지만,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경제지표가 왠지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 주 미국의 ISM 제조업지수는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더니, 지난 주말 발표된 공장주문 역시 5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나마 실업률도 예상했던대로 개선이 전혀 나타나질 않았고, 오히려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우리가 기대했던 V자형 반등과는 점차 거리를 넓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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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시작되는 어닝시즌도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3분기 실적이 양호한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문제는 이미 기대감이 주가에 지나치게 반영됐다는 점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의 경우 EPS 증가율(MSCI 글로벌 기준)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락 전환하는 등 3분기 실적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증시의 시총 상위주의 부진한 흐름도 우려된다. 특히 최근의 지수 하락 기여도가 컸던 종목들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환율 강세는 단기적으로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크다.
주식은 무릎에서 사는 것이다. 발바닥에서 산다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여기가 발바닥인지 아직도 무릎인지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주가가 바닥을 찍고 오름세로 돌아서는 것을 확인한 후 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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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e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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