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축제·행사 취소에 너도나도 '비명'
영세업체 존폐 위기… 피해 대책 절실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말 그대로 천재지변이네요."
광주에서 소규모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임모씨는 최근 미안한 마음에 직원들과 눈을 마주치는 것조차 힘들다. 신종플루로 인해 수많은 축제 및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수입이 끊겨 3명뿐인 직원들의 월급을 어떻게 챙겨줘야 할 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같은 어려움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다보니 당장 회사 운영 계획을 세우는 것마저 쉽지 않다. 쥐어짜며 그럭저럭 버텨본다고 해도 연말. 이젠 회사 존폐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상황에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임씨는 "올 추석 상여금은 생각도 못하고 있다"며 "크고작은 지역 축제나 행사가 1년 가장 큰 수입원인 우리 같은 소규모 이벤트사에게 신종플루는 악몽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신종플루로 인해 수많은 지역 축제 및 행사가 취소되면서 이를 대행하는 이벤트사 및 관련 업계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업계 특성상 5월과 10월에 행사가 주로 몰려 있지만 신종플루로 인해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는 등 회사의 존폐 위기에 내몰려 있다.
14일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9월과 10월에 열릴 예정이었던 2009광주세계광엑스포, 동구 충장로 축제 등 지역 주요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김치축제 개최 여부도 확실치 않다.
이로 인한 피해는 행사를 주관한 대행사가 고스란히 안게 된다.
광주김치축제에 참여했던 J사는 이를 포함해 올 하반기 전체 계약 5건이 취소됐다. 사실상 올 하반기 매출 자체가 사라지는 등 관련 피해만 수억원에 달한다. 거래처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 감안하면 그 액수는 더욱 불어난다.
광엑스포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했던 C사 역시 엑스포 개최시기가 내년으로 연기되는 등 행사 연기 및 취소가 잇따르면서 올 4ㆍ4분기와 내년 회사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
소규모 이벤트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김치축제와 충장로 축제 등의 연출에 참여했던 S사는 현재까지 4건의 행사가 취소되면서 현재 회사의 모든 업무가 올 스톱 상태다. 규모가 큰 회사들에 비해 자금 조달이 힘들다보니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 연말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업체들이 속출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이벤트사 대표는 "지자체와 정부가 추진하는 행사의 경우 그나마 정산이 되지만 일반 기업의 경우에는 일방적으로 기획사가 책임을 안게 되기 때문에 향후 거래 관계 등을 고려해 별 다른 요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상당수의 소규모 업체들은 올 연말을 넘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11일 정부가 행사 및 축제의 취소·연기 방침을 사실상 허용 입장으로 선회함에 따라 관련 업계는 정부의 일관성 없는 행정을 비판하며 재개최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이벤트회사 대표는 "솔직히 지금이 IMF 때보다 더 힘들다"며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은 무조건 취소라는 단순한 정책발상 때문이다.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 검토를 통한 재개최가 지역 경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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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배동민 기자 guggy@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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