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증시 급등은 미 경제 안정화 조짐 덕 … 라틴아메리카 펀드 35% ↑
지난 한 달 사이 미국의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500 지수가 21% 급등했다. 하지만 신흥시장의 급등세는 미국을 훨씬 뛰어넘었다.
뮤추얼펀드 평가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한 달 사이 다양한 신흥시장을 한 데 묶은 펀드가 30% 오른 한편 라틴아메리카 전문 펀드는 3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ㆍ태평양(일본 제외) 펀드는 상승률 25%를 기록했다.
6일(현지시간) 경제 전문 매체 CNN머니 인터넷판에 따르면 브라질ㆍ러시아ㆍ중국ㆍ인도 등 이른바 '브릭스' 같은 신흥시장의 증시가 치솟은 것은 미국 경제의 안정화 조짐이 더러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반응은 세계 경제 대국들이 서로 손잡고 이번 경기침체를 끝낼 것이라는 희망에서 비롯된 듯하다.
하지만 신흥시장 급등에 기름을 끼얹고 있는 것은 최근 급등하는 상품 가격일지 모른다. 일례로 브라질과 러시아는 석유 수출 대국이다. 유가는 지난 45일 사이 50%나 치솟았다. 브라질과 러시아의 '오일머니' 가치가 한층 상승했으리라 능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소재 USAA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증권 투자 담당 와시프 라티프 부사장은 "상품 가격에 크게 좌우되는 브라질ㆍ러시아ㆍ칠레 같은 나라들이 요즘 잘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상품 가격의 고공 비행은 얼마나 지속될까. 일각에서는 최근의 유가 급등과 관련해 글로벌 경제가 곧 회복되리라는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 투기 세력이 개입돼 있을지도 모른다.
신흥시장 전문 거래업체인 코브포인트 캐피털 어드바이저스의 카르티크 산카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실제 수요 외에 투기가 더러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산카란 매니저는 글로벌 경제의 회복 조짐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그는 근거로 이른바 '건화물 운임 지수'(BDI)가 최근 하락한 사실을 지적했다. BDI란 철강ㆍ석탄ㆍ곡물 등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의 하루 운임 수준에 대해 알 수 있는 지표다.
지난해 후반 미국ㆍ중국에서 경기부양안 추진과 관련해 논의가 일기 시작했을 때 BDI는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는 더 가파르게 움직였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중국이 철광석 매입을 늘린 탓이라고 판단했다.
이상한 것은 미국 등 세계 증시가 상품 가격과 함께 올랐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한 달 사이 BDI는 35%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산카란 매니저는 "상품 수요가 단기적으로 급등한 탓일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라티프 부사장은 최근 랠리에서 신흥시장의 실적이 미국을 훨씬 앞지른 사실에 대해 세계 전역의 투자자가 글로벌 경기 반등을 점치고 리스크도 마다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그는 "신흥시장들이 글로벌 경기회복을 대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자리잡은 BMO 캐피털 마케츠의 글로벌 FX 시장 전략가 앤드루 부시는 "미국이 결정적인 경기회복 단계로 접어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다시 무너지진 않으리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