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의 '좌충우돌' 실전 경매⑤] 경매 입찰하기 2-1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독립과 내 집 마련을 위한 진통이었다. 서초구와 강서구 물건 중 하나를 택해야했다. 온몸에는 밤새 피워댄 담배 수만큼 퀴퀴한 냄새가 배었다. 새벽 4시 샤워를 마치자 결심이 섰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자, 난 강남으로 간다”
강서구 물건도 좋았지만 역에서 너무 멀었다. 낙찰 받으면 차는 고사하고 대출금 갚느라 라면만 먹게 생겼다. 역까지 멀면 힘들겠다 싶었다.
지난 4일 오전 10시경 본지 기자는 경매 입찰을 위해 중앙지법을 찾았다. 400여명의 인파가 촘촘히 경매법정을 메웠다. 지난번 찾은 남부지법은 차라리 편안했다. 아무런 결심이 없었던 탓이다. 이들 모두 같은 물건에 응찰할 것만 같았다. 1시간 뒤면 운명의 갈림길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안녕하세요. 오늘 입찰하신다고요. 소문 듣고 왔습니다.”
중후한 음색의 남자가 말을 걸었다. 장근석 지지옥션 매니저였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이 보냈을 터였다. 워낙 무지몽매하다보니 걱정이 앞섰나보다. 장 매니저와 함께 법정 앞에 있는 게시판부터 살폈다.
이날 법정에 나오는 물건들과 경매 개시여부가 붙어있다. 해당 물건 옆에 빨간색으로 ‘변경’, ‘취하’ 등이 써 있다면 이 물건은 이날 경매를 진행하지 않는다. 각종 이유로 경매가 연기됐거나 취소됐기 때문이다. 헛걸음했으니 돌아가란 소리다. 다행이 강남구 물건은 이날 경매가 열릴 계획이었다.
경매법정안으로 들어서자, 법원 마크가 눈에 띄었다. 그 밑으로 집행관이 입찰을 받고 있었다. 그들 뒤로는 입찰표를 작성하는 '입찰표 기재대'이 있었다. 그 뒤로 이번 경매물건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이 놓인 책상이 있었고 경매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의자들이 200여개 가량 놓였다. 이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이나 서 있는 사람 모두 표정이 의미심장했다.
경매 입찰은 간단했다. ‘입찰보증금봉투’, ‘입찰봉투’, 입찰표 등에 사건번호, 물건번호, 입찰자성명 등을 적고 최저가의 10%에 해당하는 입찰보증금을 넣어 제출하고 집행관이 경매를 진행하길 기다리면 됐다.
집행관 옆에서는 보증금봉투와 입찰봉투를 나눠주고 있었다. 기자도 이를 받아 입찰표기재대로 가 입찰가를 적었다. 시가보다 싸면서도 최저가보다는 높게 낙찰가를 적어야했다. 또 낙찰된 후 들어갈 비용까지 고려해야했다. 취·등록세, 명도비용, 등기비용 등을 고려해야했다. 여기에 자금계획까지 생각해야했다.
기자는 자금계획상 최대금액인 2억원을 적었다. 이 아파트를 내것으로 만들고 말겠다는 일종의 성의였다. 시세차익을 노렸다면 조금이라도 더 낮춰 쓰려고 했겠지만 내 집 마련이 목적이었다.
“All in(올인)!”
이후 사건번호와 물건번호를 기재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입찰보증금 제공방식 등은 다음 기재순서였다. 익숙치 않은 것을 먼저 처리한다는 하나의 전략이었다. 그렇게 입찰표 기입을 마친후 입찰보증금봉투를 열어 최저가의 10%에 해당하는 돈을 넣었다.
또 보증금봉투와 입찰 봉투에도 사건번호, 물건번호, 이름 등을 적었다. 이후 보증금봉투, 입찰표를 입찰 봉투에 넣어 날인했다.
“입찰 봉투 작성시 수정을 하는 것 보다는 다시 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금액을 적는 부분에서 잘못 적었다면 반드시 입찰표를 다시 받아 작성해야합니다.”
장 매니저는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작은 목소리로 강하게 충고했다.
날인까지 마무리한 후 입찰을 하기 위해 줄을 섰다.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집행관에게 주민등록증과 입찰봉투를 건넸다. 집행관은 확인 절차를 한 후 입찰봉투와 주민등록증을 건넸다. 기자는 입찰봉투에 붙어있는 ‘입찰자용 수취증’을 떼어 주머니에 넣고 입찰봉투를 접어 입찰함에 넣었다.
입찰자용 수취증은 낙찰되지 않았을때 입찰보증금을 내주기 위한 일종의 영수증이다. 이를 잊어버리면 보증금을 받을 수 없었다. 주머니 깊숙한 곳에 넣어둬야 했다.
이후 30여분이 지나자 집행관은 “개찰하겠습니다. 먼저 응찰된 물건부터 불러드리겠습니다”라며 본격적인 경매를 시작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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