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호기자의 '좌충우돌' 실전 경매④] 경매 물건 찾아가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경매 물건을 답사하기로 한 날 꽃샘바람이사무쳤다. 입춘도 지났는데 몰아치는 바람에 눈조차 뜨기 힘들었다. 경매고 독립이고 간에 다 때려치우고 싶었다. 인터넷에 정보가 다 나와있는데 이게 무슨 생(生)고생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강은 팀장의 눈빛은 달랐다. 추위에 맞서기라도 하듯, 기자의 정신상태에 일침을 가했다.
“독립은 아무나 합니까? 제대로 물건을 살피지 않으면 돈만 잃습니다.”
다만 그의 눈을 피할 따름이었다.
첫 번째 관찰 매물인 서초동 한신리빙타워(주상복합)는 남부터미널역에서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또 도로에서 먼 쪽에 서 있어, 차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10층이다보니 전망도 좋았다. 한참을 딴생각에 젖어 있는데 강 팀장이 갑자기 사라졌다.
“지금 XX호에 누가 살고 있죠? 전입세대를 살펴보니 김호진(가명)씨와 박희진(가명)이 올려져 있던데 가족인가요? 누가 주인이죠? 실제로 보신 적은 있어요? 관리비는 잘 내고 있어요?”
강 팀장을 찾은 곳은 관리사무소였다. 그가 알고 싶은건 실제 누가 이 집에 살고 있는가다. 낙찰받는다해도 거주자가 나가지 않을 경우 이에 대한 소송(명도)을 통해 내보내야했다.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는 소리다. 차라리 입찰 전에 적당한 선에서 이사비를 주고 내보내는게 좋다는게 강 팀장의 설명이다.
거주자가 없고 짐만 있을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낙찰자가 짐을 싸서 따로 보관하고 이를 경매로 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전입일자가 저당이나 가압류 등 다른 등기권리보다 빨라, 대항력을 갖고 있는 임차인이 배당 요구를 안 했을 경우 낙찰자는 임차인의 살 수 있는 기간을 보장해 주거나 보증금을 물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때 임차인이 배당 요구를 했다면 임차인에겐 등기권리 순위에 따라 낙찰금이 지급되고 경우에 따라 낙찰자는 부족한 보증금을 임차인에게 넘겨야 한다.
일단 관리사무소 직원은 해당 물건에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접 찾아보니 인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의문점을 안은채 우편함으로 향했다. 우편물을 통해 거주자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박희진(가명)씨에게 온 우편물만이 꽂혀 있었다. 짐작컨대 최근까지 이 집에 살았던 사람이 박씨 밖에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인근 공인중개소로 향했다. 시세를 알기 위해서다. 또 집안 구조를 확인하기 위해 기자는 강 팀장과 신혼부부로 위장했다. 집을 살게 아니면 집구경을 꺼리는 공인중개소의 관행 탓이다. 하지만 같은 구조로 나온 매물이 없어 확인은 불가능했다.
이 집의 시가는 2억2000에서 2억3000만원이었다. 지난해 7월말 조사된 감정가보다 2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이다. 당시 시가는 2억5000만원 정도에 책정됐었다.
이후 서초동 주민자치센터(동사무소)를 찾았다. 이곳에서 전입세대내역을 뗐다. 강 팀장은 “경매 당일까지도 전입세대는 바뀔 수 있기 때문에 꼭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전입세대의 가족 중 대항력이 있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음으로 ‘동거인 포함’으로 전입신고내역을 확인해야한다”고 당부했다.
확인 결과 우편함에서 확인한 박 씨는 관리사무소 직원의 말처럼 세입자로 확인됐다. 또 김호진(가명)씨는 공인중개사가 알려준 것처럼 소유자로 보였다.
강 팀장의 경매 기지는 또 한번 빛을 발했다.
“혹시 이 집에 대한 전입신고서를 많이 떼어 갔나요?”
경쟁률을 예측하기 위해서다. 경매 전문가들은 한 번쯤 해당 물건에 대한 전입신고서를 만들어 봤을 것이라는게 강 팀장의 설명이다. 동사무소 직원은 퉁명스럽게 “오늘만 다섯 분 정도가 만들어 갔다”고 귀뜸했다.
이후 차를 돌려 강서구 매물로 향했다. 전반적으로 서초구 물건과 큰 차이는 없었으나 초인종을 누르니 개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사람이 살고 있다는 뜻이다. 또 경비원을 통해 사람이 살고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
돌아오는 길, 두 물건 중 하나를 선택해야했다. 강남이냐 강서냐. 어느 것 하나 빠지는게 없었다. 일단 법정일자를 확인하고 강 팀장과 다시 만나기로 했다.
"그럼 법정에서 봅시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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