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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영① "연기 잘한다는 말 듣고 싶었다"(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이보영에겐 청순가련의 여자 주인공이 어울린다. 남자 주인공과의 슬픈 사랑에 한 방울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는 이미지가 절로 떠오른다. 한류스타 권상우와 출연한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그런 이보영의 이미지와 썩 잘 어울려 보였다.

원태연 시인의 영화감독 데뷔작인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순애보를 담은 멜로 영화다. 멋지고 폼 나는 직업을 가진 젊은 선남선녀와 이들을 갈라놓을 수밖에 없는 말끔한 시한부 불치병까지 고전적인 한국 신파 멜로드라마의 전형이다. '시인'이라는 공통 키워드 때문에 20년 전 도종환 시인의 동명 시를 영화로 옮긴 '접시꽃 당신'이 떠오르기도 한다.

◆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 출연 결정

이보영은 이 영화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라디오 PD 케이와 가족처럼 함께 사는 작사가 크림 역을 맡았다. 동거라곤 하지만 두 주인공은 연인보다 오누이에 가깝다. 가족을 모두 떠나 보내고 혼자 남은 외톨이라는 점에서 남자 케이와 크림은 서로에게 아빠가 되고 엄마가 되며 오빠, 누이가 된다. 이 지점에서 이 영화는 전형적인 한국식 신파 멜로를 살짝 변형한다.

"제가 이 시나리오를 받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여자주인공 크림의 캐릭터였어요. 다시는 이런 캐릭터를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죠. 특히 영화 초반부의 크림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에요. 주환(이범수)에게 대시하는 장면에서 그런 매력이 잘 드러나죠."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서 이보영은 전형적인 청순가련형의 여주인공에서 벗어나 멜로드라마의 감수성을 간직하면서도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영화 '우리형'이나 '비열한 거리'에서 맡았던 캐릭터들에 비해 비중도 크고 캐릭터의 개성도 강하다.

"상황도 비현실적이고, 인물들도 비현실적이죠. 하지만 극중 인물들이 현실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진다면 충분히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정을 많이 억누르려고 했죠. 신파극이지만 감독님이 너무 신파로 흐르지 않고 세련되게 찍으려고 하신 것 같아요."

시인 출신의 신인감독과의 작품이라 힘든 점도 없지 않았지만 시원스런 이보영의 성격답게 술 한잔과 진심 어린 대화로 초반의 오해를 단번에 풀기도 했다. 영화를 편안한 분위기에서 찍기 바랐던 원태연 감독은 자신의 아파트를 세트 삼아 촬영을 진행했다. "잠옷 바람으로 돌아다니다가 촬영해서인지 세트라는 느낌보다 집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고 이보영은 회상했다.

◆ "연기 잘한다는 말 듣고 싶어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이보영에게 연기자로서 본격적인 승부를 거는 첫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우리형' '비열한 거리'에선 출연하는 장면이 많지 않았죠. 그때는 드라마와 영화를 병행해서 영화 현장의 전체를 파악하지 못했죠. '원스어폰어타임'은 드라마와 병행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장을 지키며 출연한 첫 작품이지만 그때는 연기하느라 정신이 없었고요."


아직 개봉하지는 않았지만 '원스어폰어타임'과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사이에는 영화 한 편이 더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던 '나는 행복합니다'이다. 이 영화에서 이보영은 연인에게 버림받고 직장암 말기의 아버지를 간호하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정신병동 수간호사로 출연한다.

"연기 못한다는 말을 듣고 호되게 트레이닝을 받아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힘들지만 배우는 게 많을 거라 생각했죠. 현장에서 정말 구박도 많이 받았지만 제가 그동안 연기수업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어서 '나는 행복합니다'를 통해 체계적으로 트레이닝을 받은 느낌이에요. 끝나고 나니 뭐든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죠."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서 이보영은 연기 실험을 시도했다. 잔뜩 긴장하고 예민한 연기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풀어진 연기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는 것이 이보영의 욕심이었다. 이보영의 눈빛에는 연기력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잔뜩 묻어났다. 대화의 대부분은 그래서 영화에 대한 것으로 채워졌다. 3월 11일이면 이보영의 실험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관객들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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