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인 역차별·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 우려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외환시장이 다시 불안해지자 정부 당국이 26일 '외화유동성 공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놨다.
"외화채권 만기 등을 볼 때 세간에 떠돌고 있는 '3월 위기설'은 근거 없는 루머에 불과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
그러나 “시장의 불필요한 오해를 차단하고 앞으로 제도 개선을 통해 추가적인 상황 악화 가능성에도 미리 대비하겠다”며 정부는 이날 '달러 유입'을 노린 제도 개선 방안들을 발표했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과 권혁세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 등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합동 브리핑을 통해 "외국인이 회사채를 제외한 국내 채권에 투자할 경우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마찬가지로 이자소득에 대한 각종 세금을 면제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동안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과세 시스템이 국제기준에 못 미쳐 국채 투자활성화에 제약이 돼 왔다는 것.
또 여기엔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으로 인해 국채 발행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인 만큼 외국인 자금을 끌어 들여 금리조건 변경 없이도 국채를 소화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재외동포의 국내 부동산 투자 및 외화예금 증대에 제약이 돼 온 관련 규정도 완화해 이들의 해외 자산을 적극 국내로 유인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엔 허점도 적지 않아 벌써부터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내국인 채권 투자자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거론된다.
국내 거주자는 국채 등 채권투자시 이자소득에 대해 15.4%(주민세 포함)의 세금을 원천징수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조치가 '검은 머리 외국인(외국인을 가장해 국내에 투자하는 내국인)'의 세금 회피용으로 쓰일 소지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과거와는 경제상황이 많이 달라진 데다, 세금감면에 따른 이득보다 환헤지 등의 비용이 더 커서 국내 자금이 외국으로 빠져나갔다가 비거주자 이름으로 들어오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고 주장했지만, 투기 세력을 걸러내는 문제나 외환시장에 대한 정부의 모니터링 기능이 일정 부분 약화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또 이번 조치를 통해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비중이 커질 경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채권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은 증시보다 훨씬 더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단 이유에서다.
허 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시장이 열리면 자금을 넓게 쓸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그 대가로 변동성이 커지는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 사이에선 "정부의 이번 조치가 외국인 자금의 회수를 억제하는데는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동유럽발(發) 금융위기 등으로 글로벌 신용경색이 다시 심화되고 있는 만큼 신규 자금을 끌어모으는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아직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금융규제를 좀 더 풀어야 할 필요가 있고 그런 점에서 이해해달라"면서 "현재 상황에선 어떻게든 외화가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번 외화 유동성 확대 조치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과는 별개로 세수는 약 1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