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관.종]AI 슈퍼사이클 올라탄 삼성전기, 내년 실적 '1조 클럽' 복귀 예고

AI 서버 핵심 부품 MLCC·FC-BGA '쌍끌이'
가동률 99% 치솟으며 '사계절 성수기' 돌입
8개월 만에 주가 137% 폭등에도 증권가 "더 간다"

편집자주성공 투자를 꿈꾸는 개미 투자자 여러분. '내돈내산' 주식, 얼마나 알고 투자하고 계신가요. 정제되지 않은 온갖 정보가 난무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아시아경제는 개미 여러분들의 손과 발, 눈과 귀가 돼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한 주 동안 금융정보 제공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의 종목 조회 수 상위권에 오른 기업을 중심으로 기본적인 정보에서부터 협력사, 고객사, 투자사 등 연관 기업에 대한 분석까지 함께 전달합니다. 기업의 재무 상황과 실적 현황, 미래 가치까지 쉽게 풀어서 전하겠습니다. 이 주의 관심 종목, 이른바 '이 주의 관.종.'이라는 이름으로 매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스마트폰 등 전통적인 IT 수요 부진에 발목이 잡혔던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 핵심 부품 강자로 변신에 성공하며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AI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는 국면에서 핵심 부품 공급을 독점하며 내년 슈퍼사이클 효과를 본격 누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AI 서버 핵심 부품 '양대산맥' 잡고 반등 성공

삼성전기는 최근 몇 년간 IT 수요 부진 등으로 고전하며 실적 정체를 겪었다. 영업이익은 2021년 1조4869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2022년 1조1828억원으로 하락했고, 2023년과 2024년에는 각각 6605억원, 7350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선도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까지도 영업이익이 1150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전망치(1408억원)를 밑도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1년 만에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올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한 2321억원으로 전망되며 컨센서스(2230억원)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올해 매 분기 꾸준히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으며,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3% 증가한 9060억원 수준으로 1조원 선에 바짝 다가설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기 실적 반등의 주역은 단연 AI 서버 부품이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패키징 기판(FC-BGA) 등 AI 시대에 필수적인 두 가지 핵심 부품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반도체 등 능동 부품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부품인데, AI 서버 투자 확대로 MLCC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기의 MLCC 생산 라인 가동률은 99%까지 치솟은 상태다. 최신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 대비 약 10배 이상의 MLCC가 필요하다.

MLCC는 소형·고용량, 고온·고전압에 견딜 수 있는 고신뢰성이 필수적인데, 이런 하이엔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 삼성전기와 일본 무라타 정도에 그친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약 40% 내외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과점적 지위를 활용해 수혜를 극대화하고 있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 필리핀 제3공장 착공을 결정했으며 2027년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돌입할 전망이다.

AI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인 FC-BGA 기술력에서도 두각을 보인다. 삼성전기는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양산에 성공했으며, 특히 AI 서버에 필수적인 110mm 이상의 초대면적화와 26층 이상의 초고층화 기술에서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AI 서버용 기판은 글로벌 공급망이 제한적이어서, 올해 60%대 수준인 가동률은 내년 80%대, 2027년에는 90%대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계절성 희석…내년 영업이익 1조 상회 유력

AI 서버 및 전장용 부품 공급 확대는 삼성전기의 고질적인 계절성까지 희석시키고 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는 통상적인 4분기와 달리 연말 재고 조정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으며 AI 서버와 전장 중심으로 높은 가동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짚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AI 서버와 전장용 등 고부가 부품의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고질적인 계절성이 희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부가 부품 중심의 구조적 변화 덕분에 삼성전기는 내년 더 강력한 실적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6.1% 증가한 1조1400억원 수준으로,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며 1조 클럽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역시 올해 11조2600억원, 내년 12조3000억원 수준으로 잇따라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등하는 주가에도 증권가 목표가 줄상향

실적 호조 전망 속에 삼성전기 주가는 올해 내내 폭발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9일 10만9500원으로 마감했던 주가는 약 6개월 만에 20만원 선을 돌파했다. 지난 15일 종가는 26만원으로 8개월여 만에 137% 폭등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B증권은 이달 초 삼성전기의 목표주가를 35만원으로 기존 대비 17% 상향 조정했으며, 대신증권과 IBK투자증권은 33만원, 메리츠증권도 31만원으로 올려잡았다.

이창민 연구원은 "2026~2027년 MLCC와 패키징 기판 사업부가 AI 발 수혜로 슈퍼사이클 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기를 IT 부품 업종 최선호주로 꼽았다. 양승수 연구원도 "내년은 IT용 부품 중심에서 AI 인프라 핵심 수혜주로의 포지셔닝 변화가 가속화되며 점진적 리레이팅(재평가)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증권자본시장부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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