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인 노재헌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가 과거 수년간 결산공시 보고서를 최근 잇달아 수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새롭게 고쳐진 결산보고서를 보면 센터가 현행법을 위반한 정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특히 누나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의 숨겨진 비자금이 드러난 데 이어 센터에도 비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연관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16일 국세청 공식법인 결산서류 공시목록을 보면 센터는 지난 8월29일과 9월20일 두 차례에 걸쳐 2017, 2018, 2020, 2021, 2022, 2023 회계연도 등 6개 결산 공시를 무더기로 수정했다.
이 시기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센터에 147억원을 기부했다는 내용이 공개된 직후였다. 특히 2017, 2020, 2021, 2023년 등 4개 회계연도는 공시를 수정해 재공시한 것을 또다시 고친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는 2023 회계연도 결산에서 기부금 이월 잔액을 ‘0원’에서 ‘97억원’으로 수정했다. 이 중에는 김 여사가 2020년 기부한 95억원이 포함됐는데 상속세 및 증여세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다.
이 법 제48조를 보면 공익법인은 출연받은 재산을 3년 이내 공익목적사업에 전부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증여로 간주해 과세당국은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센터는 김 여사가 기부한 95억원을 3년 내 공익목적 사업에 전부 썼어야 하는 상황에서, 당초 이월 금액이 없다고 공시했다가 뒤늦게 97억원이 남았다고 자진신고한 셈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기부금 지출 합계는 약 14억5000만원에 불과하며 2023년 12월 기준 기부금 잔액이 97억원에 달해 2020년 기부받은 금액을 3년 내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센터가 기부금 잔액을 ‘0원’으로 표기한 것에 법 위반 사실을 감추려는 목적이 있었는지도 규명해야 하는 지점이다.
센터는 노 관장 출연재산에 대한 내용도 바꿨다. 2021 회계연도까지는 노소영의 출연재산을 ‘현금’으로 기재하다가 2022 회계연도부터 ‘예·적금’으로 기재했다. 또 2021 회계연도까지 ‘이사장과의 관계’를 표시하다가 2022 회계연도부턴 관련 항목을 삭제하기도 했다. 센터 스스로 출연 재산에 대한 객관적인 내용을 다르게 공시하면서 공시 신빙성을 무너뜨린 셈이다.
특히 센터는 설립 당시인 2012년 회계연도 결산에서 ‘노소영 1000만원 현금 출연’을 기재했는데, 2013~2015 회계연도 결산에는 출연자를 기재하지 않았다가 2016년 결산에는 ‘노소영 1000만원 현금 출연’에서 금액을 ‘5억원’으로 수정했다. 상당한 자금이 이사장 누나로부터 들어왔는데 센터에서 이를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것이다.
노 관장과 함께 센터에 출연한 사람들 가운데 김 여사의 ‘210억원 차명 보험’ 명의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도 포함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의 차명계좌 명의인으로 문동휘, 정관희, 이창원 등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을 공개한 바 있다. 센터는 이들 3인을 출연자로 공시했다.
본지는 센터 수정 공시에 대해 외부감사를 맡은 세화회계법인에 연락을 취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