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주요 공급업체에 ‘무탄소’ 전력 활용을 강제하기로 했다. MS의 탄소 배출이 2020년 이후 30% 가까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S에 서버용 반도체를 납품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15일(현지시간) 멜라니 나카가와 MS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가 “상품, 서비스를 대규모로 납품하는 공급업체에 2030년까지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사용하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MS는 이날 발표한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지난해 ‘스코프(Scope) 3’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이 2020년 대비 31%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코프 3이란 공급업체가 발생시킨 탄소 배출량을 담아 계산한 것으로 기업의 가장 강력한 넷제로(탄소중립) 이행 방안이다.
결과적으로 MS의 총 탄소 배출량은 이 기간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MS는 2030년까지 넷제로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연간 실질 탄소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들겠다는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행 속도가 지지부진하자 MS는 더 강력한 ESG 목표를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WSJ는 MS의 주요 D램 공급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 것이라고 봤다. 넷제로라는 기후위기 대응 방안에는 초국가적인 공감대를 이뤘지만, ESG 이행 속도는 기업마다 상이하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100%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재생 에너지 사용률을 33% 달성하겠다고 한 상태다. 이는 MS의 목표치에는 뒤처진다.
MS가 목표치 달성을 강요할 경우 메모리 반도체에서 서버용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만큼 국내 업체의 실적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나다계 투자은행(IB) RBC 캐피털의 리시 잘루리아 애널리스트는 “MS 공급 업체는 MS의 기후 목표를 따라잡기 위해 프로세스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MS는 기후 목표를 따르지 않는 업체와의 계약을 중단할 수 있느냐는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그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WSJ는 “공급 업체에 새로운 지침을 준수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빅테크 업계 전반에 반향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데이터센터 구축 등 인공지능(AI) 붐으로 인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AI 열풍이 기후 위기를 심화할 것이란 우려 또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 빅테크의 ESG 준수 요구가 유행처럼 번질 가능성도 커지면서 국내 업체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