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정인턴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친정팀 한화로 복귀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야구판이 들썩이고 있다.
20일 야구계에 따르면 류현진은 최소 보장액 170억원으로 한화와의 금액 합의를 마치고 최종 조율만을 남겨두고 있다. 류현진의 한화 복귀는 늦어도 21일 이후에 공식 발표될 전망이다. 총액 170억원은 KBO리그 자유계약(FA) 역대 최고액이다.
2023시즌을 끝으로 FA가 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잔류를 선택했으나 부상 이력이 발목을 잡았다. 두 차례 토미존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선발 등판 횟수가 보장되는 조건과 최소 1000만달러(약 133억7400만원) 이상을 받기를 원했지만, 실제 류현진과 접촉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보장 액수보다 옵션이 더 많이 걸린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에 류현진은 12년 만에 친정팀인 한화로의 복귀를 선택했다.
한화는 류현진과 메이저리그 구단 간 계약이 지지부진하자 1월 중순부터 치밀하게 류현진 영입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혁 한화 단장은 류현진과의 계약을 위해 지난 18일 스프링캠프지였던 호주 멜버른에서 급히 귀국하기도 했다. 그만큼 한화이글스는 류현진에 진심인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은 두 차례 토미존 수술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승 3패 평균자책점 3.46을 올렸다. 9번의 선발 등판에서 3자책점 이하를 마크했고, 6번의 선발 등판에서 꾸준히 5~6이닝을 소화했다. 수술 이후에도 직구는 140㎞를 웃돌았으며 체인지업과 커터의 피안타율이 각각 0.276, 0.238로 낮아 선수로서의 가치를 입증해냈다.
류현진의 합류로 안정적인 선발진을 갖추게 된 한화 이글스에 타 구단 팬들은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류현진-김민우-문동주로 이어지는 토종 투수 선발진에 페냐와 산체스가 힘을 더할 예정이다. 또한 신인 최대어인 김서현·황준서도 준수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다 가진 한화"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류현진의 복귀가 어린 투수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으로 전망되며 한화 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류현진의 복귀 소식을 들은 Kt wiz 이강철 감독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화 좋겠네"라며 류현진의 합류가 한화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과 문동주가 있는데 류현진까지 합류하면 4선발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또한 안치홍도 (한화에) 갔다"며 한화의 도약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류현진의 복귀 소식이 알려지자 한화 이글스 팬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는 많은 누리꾼들이 몰려와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담긴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한화로 돌아오겠다는 의리를 지켜 준 류현진에게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겠다"며 "한화 이글스, 올해는 정말 다르다. 가을야구뿐만이 아니라 우승까지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X(옛 트위터)에는 20일 15시 기준 실시간 트렌드 1위에 '류현진'이 오르기도 했다.
국내에서 개인 훈련을 이어가던 류현진은 한화와의 계약이 마무리되는 즉시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되는 한화 2차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한화의 마지막 포스트 시즌(가을야구)은 5년 전(2018년)이다. 2018년 3위에 오른 이후 4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9등으로 간신히 최하위를 면했다. 하지만 올 시즌 류현진의 합류로 한국 야구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며 야구팬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류현진은 인천 동산고를 졸업하고 2006년 한화에서 프로 데뷔의 꿈을 이뤘다. 이후 2012년 말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미국 진출 전까지 류현진의 KBO리그 통산 기록은 7시즌 190경기 출전, 98승 52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2.80이다. 2006년에는 신인 투수로 투수 트리플 크라운(▲다승 ▲탈삼진 ▲평균자책점 1위)을 달성하며 사상 최초로 신인왕과 최우수선수상(MVP)을 수상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LA다저스에서 데뷔 뒤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해 실력을 뽐냈다. 류현진은 그간 '한화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친정팀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킨 류현진을 반기는 한화 이글스 팬들의 열기도 한동안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