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기자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를 타고 퍼지고 있는 가짜뉴스를 향해 철퇴를 들었다. 외신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인수 이후 엑스에 도입된 블루마크 서비스 등이 가짜정보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며 머스크 CEO의 SNS 개혁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미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EU는 10일(현지시간) 엑스의 가짜뉴스 확산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경고서한을 머스크 CEO에게 보냈다. 티르에 브레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서한을 통해 "엑스가 불법 콘텐츠와 허위 정보의 확산 창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징후를 포착했다"며 24시간 내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된 가짜뉴스와 폭력적인 영상을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브레통 위원은 "비디오 게임이나 이번 사태와 관련 없는 군사용 영상이 짜깁기돼 엑스 상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며 "이는 명백히 허위사실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담긴 정보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습한 지난 8일 이후 엑스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5000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게재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8일에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헬리콥터를 격추하는 모습이 담겼다는 영상이 올라와, 20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는 비디오 게임 ‘아르마3’의 한 장면을 짜깁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9일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병원에 긴급 이송됐다는 허위 정보가 엑스에서 확산하기도 했다.
브레통 위원은 자신의 엑스 계정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 머스크 CEO의 엑스 계정 등을 함께 올렸다. 그가 DSA를 함께 태그한 것은 EU의 콘텐츠 규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응분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 8월부터 온라인 플랫폼들에 올라오는 가짜뉴스나 편파적인 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해 대응책을 담은 법안을 도입했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연간 글로벌 수익의 최대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머스크의 SNS 개혁 실패가 단적으로 드러난 상황으로 평가하고 있다. 머스크가 엑스의 수익구조를 바꾸기 위해 선보인 블루마크 등의 유료 서비스가 가짜뉴스의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엑스는 유료 서비스를 결제한 이용자에게 블루마크를 부여한다. 블루마크 이용자들이 공유한 게시글들은 다른 게시글에 비해 검색 시 더 상단에 노출되기에 가짜뉴스 확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NS에서 확산하는 가짜뉴스를 연구하는 마이크 로스차일드는 블룸버그에 "지난해 10월부터 엑스는 콘텐츠 규제 정책을 변경했고 지정학적 위기의 순간이 닥치자 그 결과가 눈에 띄게 드러났다"며 "이제 무엇이 사실인지 음모론인지 구분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이는 머스크판 트위터가 실패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