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올테니 여긴 대지마'…'주차빌런 전성시대'

황당한 '주차 선점' 사연 잇따라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 발의

"아들이랑 밥 먹으러 가요. 다른 곳에 주차하세요."

빈 주차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종이 박스. 박스 겉면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주차 공간을 잠시 비운 뒤 박스 등을 '자리 맡기'를 시도하는 일명 '주차 빌런'이 벌인 일이다. 주차 빌런들의 황당한 행동이 잇따르면서 누리꾼들도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실내 주차장 사진이 올라왔다. 빈 주차 공간에 종이 박스가 놓여 있고, 박스에는 "아들이랑 밥 먹으러 가니 다른 곳에 주차해 달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빈 주차 공간에 놓여 있던 박스.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영상을 촬영한 운전자는 "저게 뭐냐. 진짜 진상이다. 저런 건 혼내줘야 한다"라며 분노를 터뜨렸다. 또 그는 차 문을 열고 나가 종이 박스를 발로 차 날려 버리기도 한다.

이 영상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 등으로 퍼지면서 누리꾼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영상 속 '주차 빌런'의 행동에 "저런 부모를 둔 아들만 불쌍하다", "주차장 전세 냈냐", "갈수록 뻔뻔해진다" 등 질타를 쏟아냈다.

영상 촬영자가 박스를 발로 차 치우는 모습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주차 빌런은 주차 공간을 선점하기 위해 갖은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일부 진상을 이르는 신조어다. 이들의 행동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운전자들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일례로 이달 초 인천에서는 한 상가 지하 주차장에 빈 차를 무려 1주일간 방치한 40대 남성의 일화가 전해지면서 논란이 들끓었다. 결국 이 남성은 일반교통방해,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 4월에는 주차 공간 빈자리에 "남편 차가 돌아올 때까지 절대 비킬 수 없다"며 바닥에 드러누운 여성의 영상이 온라인에 확산했다. 주차 공간에 들어가려던 영상 촬영자가 "주차하게 나와달라"고 요청하자, 이 여성은 "내가 먼저 와 옆에서 기다렸다"라며 강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차 빌런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주차 공간 선점'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 4월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주차 자리를 선점하고자 다른 차량의 진입을 방해하거나, 물건을 쌓아 통행을 막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내용이 골자다.

송 의원은 "최근 주차칸 선점 문제가 블랙박스 영상 제보 채널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라며 "이 개정안이 주차장 내 질서를 확립하고 이용객 모두의 안전을 지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슈2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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