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난 사람]원하는 삶 살려면 하루빨리 ‘돈 공부’ 시작해라

'딸아, 돈 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 저자 박소연 애널리스트

돈 공부란 자본주의 메커니즘 이해
돈 잘 불리는 '투자'에 초점 맞춰
재테크 위해 본업 성공 훨씬 중요
감당할 수 없는 도전·모험 피해야
현실은 부의 불균형 심해…상생 중요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네가 가진 돈은 그 크기만큼 너를 지켜준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돈 공부를 시작해라."

22년 차 현직 애널리스트가 딸에게 전하는 인생 조언이다. 일각에서는 ‘돈 공부=탐욕’이란 통념으로 돈에 관한 앎을 제한하기도 하지만 그는 돈이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감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일찌감치 올바른 돈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증권업계에 수십 년 몸담으면서 벼락부자부터 자수성가형 부자, 자산관리형 부자까지 온갖 부자의 탄생과 소멸을 경험한 그는 돈이 행복의 전제조건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행복할 권리조차 주장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한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성인이 돼 돈 공부와 인생을 독학하다시피 한 그는 이제 본인이 과거 어머니의 나이가 돼 딸에게 조언을 전한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 어떻게 그 돈을 모을 수 있을지, 또 어떻게 그 돈을 현명하게 써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22일 박소연 애널리스트에게 ‘돈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물었다.

박소연 애널리스트

-우리나라 공교육에서 돈에 관한 가르침을 찾기가 쉽지 않다. 돈 공부가 생소할 수밖에 없는데, 돈 공부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배운다는 의미인 것 같다. 크게 ‘소득’이 발생하고 소비하고 남은 돈을 ‘투자’하는 2가지 과정으로 요약된다. 이번 책에서 저는 돈을 잘 불리는 방법인 투자에 초점을 맞췄다. 학교 다닐 때 시험을 잘 보려면 출제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하듯이 투자에도 ‘법칙’이 존재한다. 자본주의 사회가 굴러가는 메커니즘을 잘 이해하는 것이 곧 돈 공부라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에게 ‘넌 돈 신경 쓰지 말고 공부만 해’라고 많이 하는 것 같다. 그걸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한데.

▲우리나라는 아이가 돈을 빨리 배우면 공부를 게을리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성인이 돼 돈을 벌기 전까지는 ‘경제활동=소비’ 측면에서만 생각하게 된다. 용돈을 어떻게 잘 소비할까 정도다. 하지만 선진국일수록 금융교육을 강조한다. 유대인들은 성인식 때 아이가 받은 축하금으로 투자를 경험해보게 한다. 돈과 경제문제에 있어 우리나라도 좀 더 개방적으로 변했으면 한다. 저 역시 무지했기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얼마 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 다녀왔는데 60개 질문 중 2~3개는 어린이에게 질문 기회를 주더라. 어릴 적부터 돈과 금융시장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는 관행이 부러웠다.

-흔히 돈 공부라고 하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의 재테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시중에 어떤 주식이 좋은지, 어떤 지역의 아파트가 유망한지를 찍어주는 재테크 서적이 참 많다. 그런 정보 습득도 돈 공부라고 할 수 있지만 먼저 알아야 할 건 시장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나름의 규칙이다. 그것 역시 메커니즘의 일종이다. 일단 그 규칙을 완전히 이해한 다음 뛰어드는 게 좋다. 매일 시장을 들여다보는 저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번 책에서는 그런 규칙에 집중했다.

-재테크에도 적당한 때가 있나. 자신의 가치 입증에 집중하는 것도 재테크의 일환이 될 수 있나.

▲재테크를 위해서는 종잣돈이 필요하고 그 기초가 되는 게 월급이다. 돈을 꾸준히 불리는 데 필요한 ‘일정한 현금흐름(cash flow)’도 월급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20~30대에는 좋은 주식과 아파트를 선별하는 눈보다는 본업에서 성공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젊었을 때는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중요하기에 충분히 능력을 키운 후 재테크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 본업에 성공하면 시야도 넓어진다. 아는 만큼 관련 분야 주식과 투자 가치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그래서 직장생활 초기에는 워라밸보다 현재 하는 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

-한 번에 큰돈을 버는 것보다 매달 정기적으로 버는 수입의 가치를 강조했다.

▲큰돈이 들어왔을 때 비로소 본격적인 재테크 능력이 발휘되긴 하지만, 유지능력이 없다면 큰돈을 벌어도 도루묵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큰돈을 한 번에 버는 게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일정 수준의 돈을 정기적으로 버는 게 더 어렵고 힘든 일이다. 월급이든, 사업소득이든, 이자소득이든 매달 200만원씩 들어오는 현금흐름이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무엇보다 고정 수입이 있으면 생활과 마음이 안정돼 정상적이고 현명한 사고가 가능하다. 재정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딸에게 돈은 되지만 흥미 없는 일과 돈은 안 되지만 흥미 있는 일 중에서 후자를 권했다.

▲인생에도 산업에도 사이클이란 게 있다. 한 산업이 30~40년간 계속 호황이긴 어렵다. 좋았다 나빴다는 반복한다. 그래서 지금은 별로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사이클이 와서 그걸 누릴 때가 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현재 당장 지금 좋다고 해서 소질도 없고 적성에도 안 맞는 일을 무턱대고 따라갔다가 사이클이 꺾였을 때 고생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딸에게도 청년들에게도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우직하게 버티라고 조언하고 싶다.

-‘밤잠을 설치는 선택은 하지 마라’는 주장이 흥미롭다. 모험이나 도전을 피하라는 말로 해석될 것 같기도 하다.

▲밤잠을 설친다는 건 무리를 한다는 것이고 그건 대개 빨리 돈을 벌고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과 맞닿아 있다. 자칫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무리를 하게 돼 삶의 기반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현재가 있어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고, 주춧돌이 탄탄해야 집도 올릴 수 있지 않겠나. 미래를 준비하되, 불확실성을 통제하면서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게 중요해 보인다.

-부자들은 위험이 거의 없고 수익이 압도적으로 큰 비대칭적 상품에만 투자한다고 했다. 사실 이건 당연한 이치지만, 그걸 알아채는 능력이 필요해 보이는데.

▲알아채는 능력이 중요하지만 이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일단은 ‘다들 좋다고 하는 건 먼저 의심부터 해본다’는 태도가 중요하다. 다들 옳다고 해도 스스로 의심해 보는 ‘비판적 사고’를 하다 보면 대다수가 간과하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다. 물론 공부도 중요하다. 다만 공부를 위해 많은 사람을 만날 필요는 없다. ‘깊이’는 ‘일’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의심하려면 깊이 있는 지식이 필요한데, 이때는 그 일에 뛰어드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 월급과 일이 의외로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이유다.

-의외로 부자들이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투자 격언을 지키지 않는다고.

▲부자들은 무조건적인 분산 투자는 하지 않는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게 자신이 잘 모르는 곳에 투자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분산해 놓으면 위험이 적어진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는 거다. 본인이 잘 아는 곳에 투자해야 잘못됐을 때 빨리 투자 철회를 할 수 있는데, 잘 모르는 영역에 투자하면 발을 빼기가 어렵다. 실제로 제가 만나 본 부자들은 잘 따져본 후 자신이 전문가만큼 안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산을 만석 이상 모으지 말라’는 최 진사댁 가훈을 통해 ‘적당한 부’를 강조했다. 부의 독점보다는 ‘상생’을 강조한 것인데, 현 시대에 적용한다면 어떤 수준일까.

▲어떤 글에서 봤는데 쌀 한 섬이 144㎏ 정도라고 하더라. 현재 쌀 시세가 대략 20㎏에 5만원 정도이니 한 섬은 약 40만원이고, 1만 석(1만 섬)이면 40억원 정도다. 당시 쌀 만 석 이상 거두지 말라를 현재화하면 연 수입 40억원 이상은 벌지 말라가 아닐까. 미국처럼 100년 이상의 통계가 있는 나라들은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그래프로 볼 수가 있는데, 미국은 소득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25%를 가져간다고 하더라.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부의 불균형이 심해진 건 맞다. 쌀 만 석 이상 거두지 말라는 최 진사댁 이야기가 작동할 만한 상황인 것 같다.

-책의 내용을 실천함에 있어 작심삼일에 그치지 않도록 현실적 충고를 전한다면.

▲‘돈 때문에 진정으로 사무치는’ 경험을 한번 해보면 자연스레 돈 문제와 재테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옆에서 아무리 중요하다고 수백 번 이야기해도 소용없다. 저 역시 그랬고, 부끄럽지만 제가 겪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제 실패담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결심이 조금이라도 빨라졌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일상의 변화다. 일주일에 한 번 새로운 사람과 밥을 먹거나, 낯선 동네에 가서 커피를 마신다거나, 새로운 취미를 가지는 등 고정된 일상에 변화가 필요하다. 그런 시도가 쌓이면 똑같은 일상에서 벗어나게 되고 삶이 한층 재밌어질 것이다.

-책을 읽은 딸의 반응은.

▲사춘기가 한창인 고등학교 1학년인데, 아직 제 책에 별 관심이 없다.(웃음) 남편이 엄마가 널 위해 쓴 거라고 보여줘도 반응이 시큰둥하더라. 하지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았기에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근데 써놓고 보니 너무 INTP(MBTI)스럽긴 하더라. 딸은 F(감성 우선형)라서 이런 (논리적) 조언보다는 감성적인 내용이 필요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소연 저자는
22년 차 현직 애널리스트다.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대학원을 수료했다. 2002년 대신증권에 입사한 이후 한국투자증권을 거쳐 지금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에서 투자전략을 맡고 있다. MBC, KBS, SBS 라디오 및 삼프로TV 등에 패널로 출연해 주식 시장의 흐름과 전망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문화스포츠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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