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삼국지에 나오는 전설적 신의(神醫) 화타. 관우가 독화살에 맞자 뼈를 긁어내는 등 신묘한 외과 수술을 선보여 '중국 최초의 외과의'라고 여겨진다. 서기 200년대 얘기다. 그런데 약 3만1000년 전인 선사시대에도 뼈를 절단하는 정교한 외과 수술이 실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타가 특출했던 게 아니라 인류가 오래전부터 현대의 의술과 버금가는 정교한 의학적 처치법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8일 이런 발굴 내용이 담긴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대 고고학 연구팀의 논문을 보도했다. 연구팀은 보루네오 섬 동쪽 상쿨리랑-망칼리하트 반도의 석회암 동굴에서 발견된 왼쪽 다리 절단 흔적이 남아 있는 인골이 약 3만1000년전 생존했던 사람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고고학 발굴 사상 외과 수술 흔적이 발견된 가장 오래된 사례다. 기존 기록은 2만년 전이었다. 2007년 프랑스에서 발견된 약 2만년 전 신석기 시대 인골에서 외과 수술로 인해 절단된 흔적이 나왔었다. 네이처는 "이번 발견은 고대인들 중 일부가 능숙한 간호술을 갖고 있었고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정교한 의학적 치료를 할 수 있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고대 무덤을 찾아내 왼발을 제외하고는 완벽하게 보존된 인골을 발굴했다. 이후 방사성 동위 원소 분석을 통해 인골의 연대를 측정한 결과 해당 인골의 주인은 19~20세 정도의 나이로 약 3만714~3만1201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성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신장을 고려할 때 남성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특히 이 인골의 왼쪽 다리는 아래쪽 3분의 1, 즉 경골과 비골 사이가 깔끔하게 전달돼 사라진 상태로 발견됐다. 또 뼈의 상태로 볼 때 해당 남성은 수술을 받은 후 최소 몇 년 이상 생존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잘린 부분의 상태를 고려할 때 사고나 동물의 공격으로 손실되지 않았다"면서 "뼈에는 일반적인 감염의 흔적도 없었으며, 이는 상처가 세척되고 감염으로부터 보호됐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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