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볼레오] 럭셔리의 재발견 '올 뉴 레인지로버'…90㎝ 물을 건너다

늘어난 휠베이스 3열까지 넉넉한 실내
세계 최초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장착
V8엔진 매력…오프로드는 더욱 안정적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하이엔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대명사이자 ‘럭셔리 SUV’의 상징인 랜드로버의 플래그십 레인지로버가 ‘올 뉴 레인지로버’로 돌아왔습니다. 자칫 럭셔리와 오프로드 주행 성능은 공존할 수 없는 단어로 들리지만, 올해 서울을 강타했던 수해 상황을 떠올려 보니 올 뉴 레인지로버의 강력한 오프로드 능력이 도심에서 럭셔리 주행을 추구하는 오너들에게도 충분한 강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대기로 언제 고객 인도가 이뤄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올 뉴 레인지로버를 강원도 홍천과 인제 일원에서 만나봤습니다.

세대교체는 성공적이지만 ‘브랜드 감성’은 그대로

올 뉴 레인지로버의 첫 느낌은 보다 더 미래 지향적으로 변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깔끔하면서 견고한 브랜드의 감성은 그대로입니다. 그만큼 세련된 감각이 차량 외부 곳곳에 녹아 있습니다. 올해 내연기관이 먼저 나왔지만 앞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같은 모델로 나올 예정이라 이 점도 충분히 반영한 듯했습니다.

올 뉴 레인지로버가 ‘하이엔드 SUV’ ‘럭셔리 SUV’라는 점은 실내를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새롭고 넓은 디지털 클러스터, 스티어링 휠, 레버과 각종 인터페이스 등이 만족감을 최상으로 끌어올려 줍니다. 넉넉한 체격을 바탕으로 한 충분한 거주성도 눈길을 끕니다. 3열까지 시트를 늘려도 전혀 답답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이죠. 적재공간도 충분해 5인승 사양의 경우 1050ℓ의 적재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2열 시트가 폴딩되면 2727ℓ의 공간이 확보됩니다.

특히 세계 최초로 헤드레스트에 탑재된 스피커를 통한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운전자의 헤드레스트에 두개의 스피커가 위치해 있는 것인데요 마치 비행기 좌석의 헤드레스트처럼 레인지로버의 헤드레스트도 운전자 쪽으로 좁힐 수가 있습니다. 즉 운전자가 본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소리의 위치와 공간감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죠.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입니다. 요즘 고가 이어폰에서는 이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외부 소음을 상쇄시키는 기능입니다. 사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의 시작은 소음으로 인해 불편을 겪는 항공기 탑승자를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이 기능을 세계 최초로 차량에 적용한 것입니다. 실물을 처음 봤을 때 ‘왜 이 아이디어를 아무도 차량에 적용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실제로도 효과가 분명했습니다.

또 하나의 이점은 음악 감상입니다.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양 귓가에서 소리가 다이랙트로 나오는데, 차 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간감과 헤드폰의 느낌을 동시에 주는 무척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안정적인 주행 성능, 더 안정적인 오프로드 성능

시승을 한 차량은 LWB P530 오토바이오그래피 사양입니다. 차량을 타고 엑셀 페달을 밟아보면 ‘육중한 외관’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전해 줍니다. 아주 가볍게 치고 나가는데요 최고 출력 530마력과 76.5kg.m의 토크를 제시하는 V8 4.4L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의 힘이죠. 이 육중한 덩치가 100km까지 4.7초만에 도달합니다. 아무리 전기차가 대세인 시대라고는 하지만 V8 엔진의 매력은 여전했습니다.

온로드의 주행은 그야말로 ‘고급스러움’이었습니다. 부드럽고 편안합니다. 방지턱을 넘을 때는 육중한 몸으로 방지턱을 그대로 누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무게가 있기 때문에 자칫 주행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쏠림 현상은 최대로 억제되어 있습니다. 차량이 적극적으로 차체를 유지하는데요 이 때문에 운전자의 부담을 크게 줄여줍니다. 엔진 성능과 차체 제어 능력, 여기에 승차감이 더해져 큰 덩치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운전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오프로드 성능은 더욱더 안정적입니다. 온로드 주행 뒤 강원도 인제의 산길을 주행했습니다. 최근 큰 비로 도로 곳곳에 깊게 파였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일반 차량은 엄두도 못 낼 곳이었지만, 올 뉴 레인지로버는 지상고를 2단계로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지면 상황에 따라 능동적인 대처가 가능합니다. 또 산길을 오르면서도 차량이 적극적으로 안정감을 유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큰 부담감이 없었습니다.

산길을 주행한 후에는 인제에 위치한 ‘아르고 체험장’에서 오프로드 성능을 확인했습니다. 마른 자갈밭, 모래, 진흙, 물속 등 어느 노면에서 자연스럽게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덩치가 크지만 지면의 상태와는 상관이 다루기가 쉽다는 점이 더 좋았습니다. 다양한 위치에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운전석의 위치상 확보되지 않는 시야를 모니터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가장 낮은 위치 카메라를 선택하면 도강할 때 물속의 물고기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이채로운 경험이었죠.

사실 그간 ‘도심 주행을 주로 하는 일반 사용자에게 오프로드 성능이 큰 의미가 있나’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수도권에 내린 큰 비로 대규모 차량 침수가 벌어지면서 이런 생각이 조금 달라졌죠. 올 뉴 레인지로버의 오프로드 성능은 수해에서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물에 잠긴 도로 위에 진흙이나 모래, 자갈 등이 많아 미끄러워도 충분히 주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수해 때 도로에 쏟아진 이물질 때문에 애를 먹으신 분이라면 이 능력이 얼마나 필요한지 잘 아실 겁니다. 또 최대 90㎝가 가능한 도강 능력은 차량이 완전 침수가 되기 전에 안전하게 먼저 빼 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강남에서 수없이 많은 고가의 차량이 침수됐던 것을 기억하면, 이 한 번의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아실 겁니다. 차량이 추구하는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환경이 너무나 달라져 더 새롭게 보이는, 복잡한 감정이 든 시승이었습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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