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야홍'부터 '민초먹방'까지…국내서도 '밈 선거' 대세될까

'무야홍' 인기 끈 홍준표, 2030 세대서 지지율 1위
정치 선진국 美·英선 이미 '밈 선거전' 치열
전문가 "인터넷 보급 확산하면서 영향력 커져"
"진정성, 쌍방향 소통이 핵심"

국민의힘 대권주자로 나선 홍준표 의원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무야홍'부터 '민초 먹방'까지, 정치권이 이른바 '밈(meme)'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을 쏟고 있다. 밈은 온라인 커뮤니티·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트렌드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수년 전에는 인터넷 문화 현상 중 하나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영국 등 선진국 선거 캠페인에 대거 동원될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권주자들이 방송에 출연해 인터넷 유행어를 언급하는가 하면, SNS로 '먹방'을 시도하며 밈을 시도하는 일이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한국 대선에서도 밈을 중심으로 한 선거전이 펼쳐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무야홍, 민초 먹방…밈 경쟁 나선 대선후보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젊은 세대가 '무야홍'이라는 말을 만들었다"며 "무조건 야당후보는 홍준표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조건 대통령은 홍준표라는 '무대홍'도 될 수 있다"며 "최근 20대와 30대뿐 아니라, 40대의 지지율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출연한 김상덕 씨의 "무야호" 발언을 통해 이른바 '무야호 밈'이 유명해졌다. / 사진=MBC 방송 캡처

무야홍은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서 출발한 밈인 '무야호'에서 나왔다. 이 영상은 한 미국계 한국인 노인이 "무야호"라고 외치는 짤막한 내용인데, 2030세대를 중심으로 컬트적인 인기를 끌면서 최근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이 밈을 일부 보수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무야홍'으로 바꿔 부르기 시작했다.

무야홍 밈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홍 의원은 여야 대선주자 가운데 2030 세대로부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업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 1012명을 대상으로 대선주자 적합도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홍 의원은 18~29세 연령층에서 15%의 지지율을 확보해 1위를 기록, 이재명 경기도지사(11%), 윤석열 전 검찰총장(8%) 등을 앞섰다.

밈을 통해 2030 세대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대선주자는 홍 의원뿐만이 아니다. 앞서 윤 전 총장 또한 이른바 '민초(민트초코) 먹방'을 통해 친근한 이미지를 조성하려 한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민트초코 아이스크림을 먹는 영상을 게재하고 "얘들아 형 사실 (민초를 좋아한다)"이라는 글을 남겼다. 민트초코 아이스크림는 특유의 향과 맛 때문에 호불호가 선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 또한 젊은 층 사이의 유명한 '밈'이 된 상황이다.

정치 선진국 美·英선 '밈 선거전' 치열

정치권에서 '밈'이 화제에 오른 것은 비단 국내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영국 등 정치 선진국에서는 이미 주요 선거 캠페인에 밈이 동원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밈 캠페인'을 도입한 인물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 유행하던 밈들을 적극 이용해 인기를 끌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을 해외 인기 캐릭터 '페페'에 빗대 표현한 이미지(좌)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지난 1월 신임 대통령 취임식 당시 모습 / 사진=트위터 캡처

우파만 밈 캠페인을 펼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사민주의 정치인'으로 유명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또한 밈으로 활용되며 유명세가 높아진 바 있다.

지난 1월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당시, 고급 양복을 입고 등장한 다른 이들과 달리 등산복 차림에 손뜨개 장갑을 낀 채 자리에 앉아 있던 그의 모습에 2030 유권자들이 열광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 매체 '워싱턴포스트'는 이른바 '샌더스 밈' 현상에 대해 "다른 정치인, 유명인사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 그의 복장은 4년 만에 되찾은 미국 민주주의의 미덕을 재확인시켜 줬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영국 총선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선거 캠페인 장면. 영국 영화 '러브 액추얼리'를 패러디해 화제가 됐다. /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2019년 영국 총선 또한 '밈 전쟁'에 가까운 양상을 보였다. 당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끌던 보수당은 TV 토론 등 일반적인 선거전을 펼치는 대신, 존슨 총리의 우스꽝스럽고 익살맞은 이미지를 홍보하는 등 '밈화(化)'에 주력해 큰 호응을 이끌었다.

정치학 전문가인 크리스 테노브 박사는 연구분석 전문 온라인 매체인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밈에 대해 "정치적 안건이나 캠페인의 톤과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정치적 의사소통의 새로운 장르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밈의 특징은 온라인과 대중문화를 통해 매우 빠르게 퍼지며, 또 쉽게 창조되고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밈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재창조해 사용하려는 이들은 우선 그 밈과 디지털 공간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는 인터넷 문화의 저변이 넓어지면서 밈 문화가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전에도 SNS나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전은 꾸준히 시도돼 왔다. 미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등 진보 정치인들이 주로 활용했고, 한국에서는 주로 기사 댓글을 통한 형태였다"라며 "이제는 인터넷이 모든 세대에 보급되다 보니, 선거전이 펼쳐지는 영역이 훨씬 늘어난 거라고 봐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밈이나 SNS를 통한 선거전은 디지털 시대에 대선후보들에게 큰 이점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인터넷은 진정성과 쌍방향 소통이 중요한 매체인데, 후보 자신이 인터넷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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