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영기자
[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금융당국이 카드슈랑스(카드사의 보험판매) 25%룰(판매 비중 규제)을 내년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카드사들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카드슈랑스를 활용하는 보험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25%룰을 지키기 어려워 시장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에서다. 실제 카드사들은 내년부터는 보험사 한 곳의 상품을 전체 보험 판매액의 66% 이상 판매할 수 없게 된다.
26일 금융 당국·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드슈랑스 25%룰'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됐다. 25%룰은 금융기관 보험대리점이 모집하는 연간 보험상품 판매액 중에 1개 보험회사의 비중이 25%를 초과할 수 없는 규제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은 내년부터 보험사 한 곳의 상품을 전체 보험 판매액의 66% 이상 판매할 수 없다. 궁극적으론 매년 제한 비율을 낮춰 2024년부터 25% 이내로 판매해야 한다.
25%룰은 은행 등에 이미 적용하고 있다. 다만 카드슈랑스는 전체 보험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 수준에 불과한 데다 취급 보험사가 적어 시장이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 그간 규제 적용을 미뤄왔다. 실제로 3~4개의 중·소형 보험사들만 카드슈랑스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어 25% 판매 규제 준수가 곤란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카드슈랑스에 대한 '25%룰'의 3년 추가 유예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들어 금융위원회는 단계적 도입을 통해 카드·보험사들의 규제 이행을 유도하기로 방향을 틀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시장 여건은 그대로 상황에서 25%룰 적용으로 카드·보험업계는 카드슈랑스 사업을 철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판매비율을 맞추기 위해선 최소 생명보험사 5곳, 손해보험사 5곳이 카드슈랑스를 취급해야 하는데 여건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생보사의 경우 AIA, 라이나, 신한, 동양, 흥국생명 등 7개사가 카드슈랑스 영업을 하고 있지만 AIA, 라이나생명 등에만 판매 비중이 쏠려있다. 손보사 역시 에이스손보, AIG손보 등 취급사는 두 곳에 불과하다. 이 경우 50%를 지키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지난 9월 개정안 공고 이후 카드·보험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유예기간을 종료하는 대신 생·손보를 합산해 판매 비율을 규제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원래도 자체 텔레마케팅(TM)채널을 통해 영업을 하는 대형사의 경우 카드슈랑스 참여가 저조했고, 보험사 영업환경이 비대면으로 바뀌면서 카드슈랑스에 보험사들이 참여할 유인은 줄어들고 있다"며 "카드슈랑스 채널에 신규 사업자가 들어오지 않는 한 사실상 규제 비율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험권 전체로 보면 시장이 작지만 카드사 소속 보험설계사들은 카드슈랑스 채널이 유지되지 못할 경우 소득감소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마케팅에 동의한 고객에 한해 좋은 보험상품을 소개하는 구조인데 판매제한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