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슬기인턴기자
[아시아경제 김슬기 인턴기자] "홍대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을 찍은 여성을 포토라인에 세운 것처럼 'n번방' 피의자도 동일하게 포토라인에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미성년자 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한 뒤 텔레그램에 비밀방을 만들어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 '박사'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20대 남성 A 씨가 18일 구속됐다. 이에 A 씨의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 강력 처벌해 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청원이 게시 3일 만인 20일 20만 동의를 넘어섰다.
지난 1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20일 오전 9시 기준 22만4330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타인의 수치심과 어린 학생들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워라. 절대로 모자나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지 말아달라"며 "동시접속 25만 명이 어린 학생 몸 안에 애벌레를 집어넣는 걸 150만 원이나 주고 관전하는 대한민국 남자들의 삐뚤어진 성 관념에 경종을 울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조사를 받기 위한 과정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출발하는 과정에서 A 씨는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다.
19일 A 씨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 안전과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발했다. 이후 A 씨는 서울청에서 조사를 받은 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출발했다. 이 과정에서 A 씨에 대한 포토라인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날 영장 실질심사 후 법원 밖으로 나온 A 씨는 포승줄에 묶은 손으로 점퍼 후드를 뒤집어쓰는 등 신원 노출에 극도로 민감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온라인 여초 커뮤니티 회원 등 대다수의 여성들은 2018년 홍익대학교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을 불법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워마드' 회원 B 씨와 동일하게 A 씨를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며 A 씨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했다.
여초 커뮤니티 회원 C 씨는 "홍대에서 남성이 몰카를 찍혔을 때는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웠으면서 여성을 인격적으로 말살하고 강간한 남성 가해자를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는다는 것은 여성을 이 나라의 국민으로 대우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8년 5월 홍익대학교 회화과 수업 도중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이 레디컬 페미니즘 커뮤니티 '워마드'에 유포되는 사건이 발생해 검거되는 과정에서 B 씨가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됐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별 관계없는 국가의 보호를 요청한다'는 청원이 올라와 40만 동의를 넘어섰다.
청원인은 "전 세계에서 불법 촬영이 제일 많은 대한민국에서 공개적으로 처음 포토라인에 선 몰카범이 여성이다"라며 "남자인 판사가 지하철에서 상습적으로 몰카 범죄를 저질렀을 때, 포토라인은 커녕 카메라 들고 찾아간 단 한 명의 기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은 해당 청원의 답변에 "(홍익대학교 불법 촬영)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운 것은 경찰이 아니다. 사회적 관심이 크다 보니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불가피하게 노출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서 더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해 송구하다. 향후 이런 노출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번방' 피의자 A 씨에 대한 신상 공개에 대해서 경찰이 '검토 중'이라고 밝히자 여성단체 및 여성들은 A 씨의 신상 공개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20대 여성 D 씨는 "A 씨의 죄질을 고려했을 때 당연히 공개해야 하는 일 아닌가"라며 "왜 신상 공개 조차 여성들이 항의해야 고려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남성이 가해자일 땐 감싸주기 급급한 현실에 화를 내기도 지칠 지경이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19일 'n번방 성착취 강력 처벌 촉구 시위'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명문을 내고 "현행 특정강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에 따르면 '범죄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특정 강력 범죄의 피의자가 그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 피의자의 얼굴 등을 공개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n번방 성착취 강력 처벌 촉구 시위' 측은 "피해자들은 신상정보가 모두 공개되어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 힘든 반면에 피의자의 신상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