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설탕·전분당 가격 인하
가공식품 원가 1~5% 절감 요인
매출의 80% 이상 원가
저마진 기업은 부담 가중
정부의 담합 조사 이후 밀가루·설탕·전분당 가격이 잇따라 인하되면서 가공식품 가격도 내려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전분당 제조업체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이뤄지며 원재료 시장에는 하방 압력이 뚜렷해진 상황이다. 정부는 원재료 단가 인하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다만 팜유를 비롯한 부수 원자재들의 가격의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어 가공식품 가격 인하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25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업체와 롯데칠성음료 등 음료업체, 오리온·롯데웰푸드 등 제과업체들은 밀가루·설탕·전분당을 핵심 원재료로 사용한다. 최근 CJ제일제당·대한제분·사조동아원 등이 밀가루와 설탕 가격을 4~6% 인하했고, 대상·CJ제일제당·사조CPK 등도 전분당 가격을 3~5% 내렸다. 공급단에서의 가격 인하가 현실화하면서 가공식품업계 역시 선택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밀·설탕·전분당 가격 인하…제품 원가 절감 요인
농심·오뚜기·삼양식품 등 라면업체의 경우 소맥분(밀가루)과 팜유가 주원료다. 농심의 매출원가율은 약 71%다. 매출 10원 중 7원이 제조원가로 투입된다. 이 가운데 소맥분과 팜유 등 원재료가 전체 원재료 매입액의 59.1%를 차지한다. 단순 계산하면 밀 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제품 원가에는 4~5% 수준의 절감 요인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국제 소맥 가격도 최근 1~2년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카고선물거래소(CBOT) 소맥 선물 가격의 t당 평균 단가는 2023년 236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192달러로 내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곡물지수는 107.5포인트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9% 떨어졌다. 밀가루 가격 하락이 일정 부분 원가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팜유 가격 상승은 변수로 남아 있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거래소의 팜유 선물가격의 t당 평균 단가는 2023년 876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1059달러로 20.9% 상승했다. 최근 흐름도 오름세다. 지난달 유지류 가격 지수는 168.6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올랐다. 특히 팜유 가격은 세계 수입 수요가 강세를 보이면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베이커리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SPC삼립의 매출원가율은 약 85%로 매출 대부분이 제조원가로 소진된다. 주요 원재료 비중을 보면 원맥(밀가루) 39.5%, 계란 17.2%, 유지류 3.1%, 당류 2.2% 등이다. 밀가루 가격 하락은 곧바로 일정 수준의 원가 절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계란과 돈육 가격 상승은 부담 요인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4일 기준 계란(특란·30개) 도매가격은 5421원으로 전년동기(4829원)보다 12.3% 올랐다. 돼지고기(목살·㎏) 가격도 1만4386원으로 6% 상승했다.
제과·음료업계는 설탕과 전분당 등 당류 의존도가 높다. 전분당은 옥수수 전분을 가공해 만든 물엿·포도당 등 감미료를 뜻한다. 롯데칠성음료의 매출원가율은 66% 수준이다. 음료부문 원가 구조를 보면 원재료 49.5%, 포장재 50.5%다. 원재료 가운데 당·첨가물이 전체의 18%를 차지한다. 당류 단가가 5% 하락할 경우 전체 제조원가에는 1% 안팎의 절감 요인이 발생하는 구조다. 그러나 음료 용기 평균 단가는 2023년 103.7원에서 올해 115.1원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롯데웰푸드와 오리온의 매출원가율은 각각 72%, 63%다. 과자는 설탕·전분당 등 당류와 유지류가 주요 원가 항목이다. 당류 단가가 5%가량 하락할 경우 제품 제조원가에는 1~2% 수준의 절감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유지류와 코코아 가격 변동은 또 다른 변수다.
영업이익률 격차, 가격 조정은 부담
원재료 단가만 놓고 보면 일부 제품군에서는 가격 조정 여지가 생긴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기업의 수익 구조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보면 삼양식품은 22.3%, 오리온은 16.7%로 두 자릿수 수익성을 기록했다. 반면 롯데웰푸드 2.6%, SPC삼립 1%, 롯데칠성음료 4.2%, 오뚜기 4.8%, 농심(3분기 기준) 6% 등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은 환율 효과와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원가 변동을 흡수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크다. 반면 내수 중심 기업은 원재료 일부 하락만으로 가격 인하를 단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매출의 80% 이상이 원가로 빠져나가고 영업이익률이 1~5% 수준에 그치는 기업은 인건비·물류비·에너지 비용 상승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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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원재료 인하 국면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누가 감내할 체력이 있느냐'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단가가 일부 하락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건비와 물류비, 에너지 비용 상승 부담이 여전하다"며 "기업별 수익 구조에 따라 가격 조정 폭과 시기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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