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중고거래 8배↑…가격 프리미엄 형성
생성형 AI 수요 급증 여파에 범용 D램 생산↓
공급난 장기화 전망… 중고시장 과열 지속될 듯
"DDR5 16GB(기가바이트) 중고 램(RAM)을 개당 36만원에 팔던데요."
30대 직장인 조모씨는 최근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앱)을 둘러보다가 깜짝 놀랐다. 사용하지 않는 램을 팔아 '용돈벌이'를 하려다가 '램테크(램+재테크)' 열풍을 실감한 것이다. 32GB 제품 가격은 무려 6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는 "급하게 팔 상황은 아니고, 시세가 더 올랐을 때 팔아도 늦지 않을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여파로 최근 중고거래 시장에서 램을 사고파는 '램테크' 거래가 성행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중고 PC나 노트북에서 메모리를 분리해 되팔거나, 가격 상승을 예상해 선매입 후 재판매로 차익을 노리는 전문 매입 업체들까지 등장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메모리 관련 거래 건수는 전년 대비 수백 퍼센트(%)씩 치솟았다. 중고나라가 최근 3개월(2025년 11월~2026년 1월)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메모리' 키워드 관련 전체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759.7% 증가했다. 이전보다 8배 이상 오른 셈이다. 월별로 보면 지난해 11월은 837.8%, 12월 707.2%, 올해 1월은 763.1% 각각 늘었다. 같은 기간 'DDR4' 키워드 거래량은 322.8%, 'DDR5'는 527.4% 증가했다.
가격 급등세는 거래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2월 기준 안심결제로 거래가 완료된 삼성전자 DDR5 32GB 램 제품의 최고가는 52만원으로 나타났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삼성전자 DDR5-5600(32GB)' 새 제품 최저가는 이날 기준 70만원대인데, 전년 동월에는 13만원 안팎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중고 제품에까지 단기간에 상당한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 구조 변화를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비중을 확대하면서 DDR4 등 범용 D램 생산이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렸기 때문이다.
범용 메모리 공급이 제한되자 IT 제품 전반의 원가가 상승하는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 현상이 본격화했고, 그 여파가 중고거래 시장으로 확산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당일 최고가 매입'을 내세운 전문 매입 업체들도 가세하면서 메모리를 시세 차익을 노린 수요가 과열되고 있다. 램 품귀 현상에 투기적 수요를 자극하는 구조가 이렇게 형성되면서 '램테크'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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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자 우위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요의 허수를 보수적으로 제거해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환경"이라며 "공급업계의 가격 협상 주도권이 강화된 가운데 단기 가격 상승 폭이 역사상 최고치를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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