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은 없다…대박과 쪽박 사이 '비대위의 정치학'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박세원 인턴기자] '성공하면 차기 선거에서 승리하고, 실패하면 지도부가 붕괴한다.'자유한국당의 혁신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출범하면서 비대위의 정치학이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개혁 드라이브로 이후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당 부활의 일등공신으로 추앙받지만 반대의 경우 오히려 당내 대립만 키우는 유명무실한 존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자유한국당은 지난 세 차례의 선거(총선ㆍ대선ㆍ지선) 참패 이후 당을 수습하기 위해 지난 17일 김병준 위원장을 중심으로 비대위 체제에 돌입했다. 한국당이 롤모델로 삼은 건 2011년 박근혜 비대위와 2016년 김종인 비대위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비대위가 2016년 인명진 비대위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여야 관계자들은 역대 가장 성공한 비대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새누리당 비대위와 김종인 전 대표의 더불어민주당 비대위를 꼽는다. 이들 비대위는 출범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며 대통령 선거 승리의 기반을 마련했다.두 비대위 모두 출범이 수월했던 건 아니었다. 박근혜 비대위는 친이(친이명박)와 소장파의 격렬한 반발을 샀다. 김종인 비대위도 위원장이 새누리당 비대위원 출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당내 갈등을 일으켰다.이들 비대위 성공의 이유는 ▲강력한 리더십 ▲공천을 통한 인적쇄신 등을 꼽을 수 있다. 박근혜 비대위의 경우 비대위장 자신이 유력 대선 주자였고, 김종인 비대위의 경우 당시 문재인 전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활동했다.인적쇄신을 통한 '물갈이'는 강력한 리더십과 선거가 눈앞이라는 시기가 뒷받침됐다. 박근혜 비대위는 당시 구(舊)주류였던 친이계를 공천을 통해 밀어내고 당을 장악했고, 민주당에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공천권을 가지고 강력한 개혁작업에 나설 수 있었다.반면 실패 사례로는 2016년 출범인 인명진 한국당 비대위가 꼽힌다. 인명진 전 비대위원장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직후 당을 쇄신하기 위해 외부 인재로 영입됐지만 친박(친박근혜)의 벽을 넘지 목하고 결국 3개월만에 물러났다.김병준 비대위도 상황이 비슷하다. 총선이 상당 기간 남아있고 유력 대권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공천을 통한 인적쇄신이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김병준 비대위의 경우 활동 기간과 범위조차 정해지지 않았다.김민전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문재인이라는 대주주의 지지를 받는 일종의 전문경영가였다. 현재 한국당은 분열된 두 계파가 대립하는 상황이라 지원해 줄 대주주가 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있다면 공천권을 통한 인사혁신이 가능하지만 지금으로선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관건은 비대위 구성이 어떻게 이뤄지느냐다. 위원 구성은 비대위 성공과 직결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비대위의 경우 김종인ㆍ이상돈ㆍ이준석 등 파격적인 인사로 성공을 이끌었다. 반면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비대위는 안경환ㆍ이상돈 등을 영입하려고 했으나 당내 반발에 좌초했다.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김병준 비대위와 관련,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당 밖에서 새롭게 정치를 할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새로운 보수이념의 기준을 세우는 게 비대위 성공의 제일 중요한 과제"라고 조언했다.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박세원 인턴기자 claire418@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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