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사진=스포츠투데이 제공]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부산국제영화제(BIFF)의 김동호 이사장(80)과 강수연 집행위원장(51)이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사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임기가 아직 4년 남은 김 이사장은 11일 서울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린 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정관을 개정하고 영화제를 치러 1차적인 제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더는 영화제에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내년 2월까지 임기인 강 위원장도 "취임 이후 여러 가지 해결되지 않은 숙제를 해결해가는 과정이지만, 모든 책임을 지고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떠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영화 '다이빙벨' 사태로 부산시와 영화제 간 갈등을 봉합하는 역할을 맡고 지난해 5월 조직위원장으로 추대됐다. 그해 7월 영화제 정관에 작품 선정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넣으면서 이사장에 정식 취임했다. 다이빙벨 사태는 서병수 부산시장(65)이 세월호의 구조 문제를 다룬 다이빙벨의 상영을 반대하면서 영화제 측과 겪은 갈등을 말한다. 강 위원장은 2015년 8월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집행위원장에 취임했다.이들은 지난달 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62)의 복귀와 서병수 시장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불신임 의사를 표명하자 바로 사퇴의 뜻을 밝혔다. 올해 영화제가 파국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 내린 결단이었다. 김 이사장은 "몇몇 영화인들이 지난해 영화제 직후 사퇴를 종용했다. 부산시에서도 올해를 끝으로 그만두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면서 "두 곳의 요구가 어떤 면에서 일치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사무국 직원들의 입장표명이 사퇴의 원인 중 하나지만, 이는 2012년에 있었던 회계상 착오가 지금에 와서 불거진 것"이라며 "재임 시절이 아니었지만, 책임자로서 책임지는 것이 정당한 판단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부산국제영화제 강수연 집행위원장(왼쪽)과 김동호 이사장[사진=스포츠투데이 제공]
두 사람은 취임 초부터 사태해결에 미온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소통문제까지 불거져 직원 네 명이 사표를 제출했고, 고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의 뒤를 이어 부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된 홍효숙 프로그래머의 '금전 문제'가 불거져 갈등이 심화됐다. 김 이사장은 "강 위원장이 그동안 영화제를 어렵게 이끌어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소통문제로 그만둬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강 위원장은 "어떤 상황에서도 영화제는 치러야 한다는 믿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며 영화인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현재 한국영화감독조합을 비롯해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한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화제 보이콧을 선언했다. 강 위원장은 "아직 상황에 큰 변화는 없다. 하루아침에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잘 해결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두 사람의 빈자리는 이사회를 통해 메워진다. 김 이사장은 "최연장자가 임시 의장을 맡아 이사회의 제청으로 총회에서 이사를 선출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사회가 부산에 있는 아홉 명과 영화인 아홉 명 등 열여덟 명으로 구성돼 (우리가 없어도) 현명하게 차기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을 선출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올해 영화제는 다음 달 12일부터 21일까지 75개국 298편을 소개한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50)의 '유리정원(Glass Garden)', 폐막작은 실비아 창 감독(64·대만)의 '상애상친(Love Education)'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