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온플법·지도 반출 등
디지털 분야 비관세 장벽으로 지적
韓 통상압박 강화 우려 목소리
규제 입법 속도조절 제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제동에 대응해 '슈퍼 301조'로 불리는 무역법 301조 카드를 꺼내면서 우리나라의 디지털 규제를 빌미로 통상 압박을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무역법 301조는 미국의 무역을 제한하거나 부담을 주는 외국 정부의 부당하거나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행동, 정책, 관행에 관세 부과 등을 통해 대응할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당한 무역 관행이 명분이지만, 행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다른 나라를 압박해 관세 대응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진다. 다른 국가를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조사와 제재를 가할 수 있어 '슈퍼 301조'라고도 불린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매년 발간하는 무역장벽보고서(NTE)를 통해 우리나라의 망 사용료 문제와 고정밀 지도의 국외반출 제한, 클라우드 보안 인증(CSAP) 제도,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등을 대표적인 디지털 분야 비관세 장벽으로 지목해 왔다.
미국은 망 사용료의 일부를 글로벌 콘텐츠사업자들이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것을 '반경쟁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고정밀 지도를 해외 서버로 반출하기 위해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미국 기업에 주는 불이익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구글과 애플 등이 1대5000 축척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로 이전하겠다는 신청서를 우리 정부에 제출했는데, 정부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우려와 통상 협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결정을 늦추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을 위해서 필요한 CSAP 인증제도 역시 미국이 지적하는 디지털 규제 장벽 중 하나다.
미국은 우리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법 등을 통해 국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해외 이전을 제한한 것과 법 개정을 통해 과징금 규모를 늘리고 있는 점도 경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역시 사전 규제의 성격으로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쿠팡에 대한 우리 정부의 압박도 과도한 규제라고 본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도 미국 행정부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 법안은 구글·메타 등을 포함한 플랫폼 기업들의 허위·조작정보 관리 책임을 강화한다. 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포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공식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의결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는 미국 기반 온라인 플랫폼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임스 헬러 주한 미국대사대리도 지난달 '미국 빅테크의 한국 사업 영위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이행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앞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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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무역법 301조를 내세우면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규제 입법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법과대학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우리나라의 디지털 규제를 이유로 통상 압박의 수위를 높이려고 할 것"이라며 "플랫폼 규제와 연관된 신규 입법의 속도를 조절하는 동시에 우리 정부의 디지털 규제가 미국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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