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이 미래다①]연아 마틴 캐나다 상원의원 '加, 대리모도 15주 휴가보장'

'여성 내각 30% 육박', '여성 당 대표 트로이카'라는 수식어로 대변 되듯 한국사회의 성평등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국회 4급 보좌관 중 여성은 겨우 6%에 머물렀고, 4급 이상 여성 공무원의 비중은 13%에 불과했다.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3%에도 못 미친다. 세계무대에서 유리천장을 뚫고 활약하고 있는 한국 여성 3인의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실질적인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한 지 살펴봤다.[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저스틴 트뤼도 총리가 성평등 내각을 표방하고 있지만, 금융, 교통, 국방과 같은 중요한 정부부서와 이민부는 남성 몫입니다. 그냥 여성이기 때문에 내각에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더 많은 여성들을 의회로 먼저 진출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캐나다 역사상 유일한 한국계 의원이자 보수당 상원 원내 수석 부대표를 맡고 있는 연아 마틴(한국명 김연아·53·사진) 상원의원은 8일 아시아경제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캐나다 상원의원은 총리가 지명해 75세까지 재직이 보장되는 사실상 종신직이다.김 의원은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참여를 통해 사회 발전 단계 초기부터 남성들이 점유하던 곳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캐나다 하원의원 중 여성은 91명(27%), 상원의원은 42명(42.8%)이다.캐나다 유권자 52%가 여성이라고 강조한 김 의원은 "한 여성 정치인은 나에게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참여하는 사람들에 의해 통치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며 "여성의 정치 참여는 보다 공정하고 균형 잡힌 국회와 사회를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아 마틴(한국명 김연아) 상원의원

그는 시, 주, 연방 정부 내 모든 직위에서 여성이 출마하도록 장려하는 비정부기구 '이퀄 보이스(Equal Voice)'를 통해 정치에 관심 있는 여성들을 만나고 있다. 김 의원은 "정치에서 여성을 더 고무시키고 영감을 줄 수 있는 효과적 방법 중 하나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라며 "전직 교육자이자 딸을 둔 엄마로서 저는 젊은 여성들에게 정치에 대한 열정과 소명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캐나다에서도 여성과 관련된 사회적 문제가 곳곳에 자리해 있다. 특히 경력단절과 성별임금격차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김 의원은 "모든 선진국 여성들은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과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떠나는 문제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했다. 캐나다에서 자녀가 없는 25~44세 이하 인구의 성별임금격차는 7%에 불과하지만 한 아이 이상이 있는 동일한 연령대의 경우 임금격차가 29%로 벌어진다.김 의원은 "캐나다는 경력 단절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출산휴가를 보장하고, 더 나은 보육 프로그램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여성은 출산 전후 15주간 유급 출산 휴가를 받을 수 있고 출산 후 남편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35주간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5주 전체를 휴가로 쓰고 자신이 적합하다고 생각할 때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어떠한 선택을 하던 그녀는 직장을 잃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출산 유급휴가는 생모는 물론 대리모까지도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입양한 부모도 35주간 휴가를 보장 받는다.캐나다는 젠더폭력, 특히 대학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정부는 성폭력에 대한 형사 사법 제도 대응 개선을 위해 2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대학 내 '방관자 개입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16만 달러를 더 지원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희생자를 존경심으로 대우하고 상황의 민감성을 고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우먼'이지만 김 의원도 현실적으로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한다. 김 의원의 지역구인 캐나다 가장 서쪽에 위치한 비씨주에서 국회의사당이 있는 오타와까지 그는 일주일에 2번은 6~7시간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김 의원은 "연방 정치적 현실이라 어쩔 수 없지만 가족을 떠나 긴 시간을 보내면서 개인적인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집에서 너무 멀리 있는 제 부재로 인해 가족들을 향한 감정적인 죄책감은 가장 힘든 점"이라고 털어놨다.힘들 때마다 김 의원은 '당신이 당신 자녀에게 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스스로 최고가 되는 것'이라는 한 유권자가 해준 말을 떠올린다. 그는 "비록 아이의 성장 과정을 남편과 부모님의 도움에 크게 의존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학업 진척 상황을 위한 학부모, 교사 면담을 모두 놓쳤지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딸은 제가, 자신의 어머니가 옳았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한다"며 "과거의 후회나 미래의 걱정에 미혹되지 않고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딸과 함께하는 소중한 시간에 열심히 집중함으로써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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