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가계부채, 외과수술식 대책이 필요하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아시아경제]8월 중에 신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소득 대비 부채 규모가 크고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별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부채가구의 부실을 넘어 금융회사 부실과 자산 가격 하락 등을 통해 우리 경제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는 우려에 기인한다. 부채가 많다고 해서 항상 경제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 이전에는 항상 정부, 기업, 가계, 금융회사 등의 부채가 급증했다는 점에서 가계부채는 분명 심각한 문제이다. 향후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겠지만 선거 공약을 통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신정부의 구상을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소득 대비 부채비율이 더 이상 높아져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에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 이내로 억제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중 150% 이하 유지로 알려지기도 했다. 또 소득 대비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을 전면적으로 도입함으로써 고위험가구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다. 거시적, 미시적 수단을 모두 사용한다는 것이다. 미시적 수단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거시적 수단 또는 총량 관리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거시적 접근은 집계(aggregate) 변수에 기초하는데, 가계부채 비율의 경우 성장률이나 실업률, 물가상승률, 경상수지 등과는 달리 특정한 의미와 그에 따른 정책적 시사점을 담고 있지 않다. 즉, 거시적으로 일정한 목표치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한다는 것이 무의미할 수 있다. 이른바 150%는 가계신용 통계에 기반한 순수한 가계의 부채비율이다. 반면 국제비교를 위해 활용되는 자금순환표 상의 민간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가계금융부채 비율은 2016년말 기준으로 179%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평균치 이상에 속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200%를 상회하는 국가들도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들 국가들이 가계부채 비율을 특정 수준 이하로 낮추기 위해 정책 처방을 쓴다는 얘기는 없다. 또 각국의 주택금융과 복지 제도 등에 따라 좌우되는 부채비율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어렵다. 가계부채는 총량의 문제가 아니다. 미시적 분석과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체 가계대출 중 66%는 소득 상위 30% 이상 고소득층 및 신용등급 1∼3등급 고신용자가 보유하고 있다. 또 순자산 기준 상위 40% 이상 가계 비중이 61%에 달한다. 상당 부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거나 불이행이 발생해도 담보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 과다부채는 상대적인 개념으로, 이른바 취약차주 또는 고위험 가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그 비율은 대략 6∼7%에 달한다. 취약차주 또는 고위험 가구는 자영업자, 고령층, 저소득층 등이다. 자영업자는 사업 실패가 가계 부실로 직결되는 경제주체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액 비율이 42%에 달한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임대업,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등으로 대출이 많은데, 향후 부동산 임대시장과 내수 경기에 매우 민감한 업종들이다. 고령층의 경우 원리금 상환 및 소득 확보를 위한 대량 자산 매각의 위험을 안고 있다. 또, 저소득층의 경우 구조적 적자, 즉 항상적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에 빚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가계가 문제이다. 따라서, 신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자영업자, 고령층, 저소득층에 대한 금융ㆍ재정 수단을 활용하는 미시적 대책이어야 한다. 거시 대책의 폐해는 분명하다. 1985년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화가치 상승을 내수로 만회하기 위해 일본 당국은 금리인하와 신용팽창이라는 수단을 사용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지가)이 지나치게 상승하자 1990년 3월 부동산업 대출 증가율을 총대출 증가율 이하로 규제하는 총량 규제를 실시했다. 이는 지나친 정책 대응으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에 기여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대목이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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