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비혼·저출산·고령화…'목말 사회'가 다가온다

인구 급감·초고령사회 도래로 생산가능인구 100명당 부양 고령자수 2064년께 88.6명으로 급증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5월은 가정의달. 가정 즉 가족은 인류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본능적으로 만든 사회 조직이다. 그러나 요즘은 '1인 가구'와 '비혼'을 권장하는 듯한 방송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세상이다. 이대로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율이 떨어지면 2018년부터 인구 절벽이 현실화돼 우리나의 경제 규모가 급격히 추락하고 생산가능인구가 부담해야 할 노인 인구의 수가 급증해 '목말 사회'가 도래하는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다.6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에 따르면, 향후 우리나라는 급속한 인구구조의 변화가 예상된다. 2041년 5296만명을 정점으로 인구 감소가 시작된다. 2065년에는 1990년 수준인 4320명으로 줄어든다. 인구성장률은 2032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돼 2065년에는 -1.03%수준에 달한다.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은 자연감소는 2028년부터 시작된다. 특히 유소년 인구는 2015년 703만명에서 50년 후인 2065년에는 413만명으로 40% 이상 감소한다. 인구 절벽도 현실화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이미 시작됐다. 2016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50년 후인 2065년에는 2062만명 수준까지 급감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유엔은 지난 2015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2015년 기준 73.4%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중 가장 높은 수준이나, 2065년엔 47.9%로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소비지출이 정점에 이르는 45~49세 연령대 인구도 2018년 436만2000명을 정점으로 급감하는 등 인구 절벽이 본격화된다.

[합계출산율 국제비교(2014년)]

이는 무엇보다 초저출산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저출산의 덫'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인구대체수준 2.1명(1983년 기준)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2001년 1.3명으로 초저출산 수준으로 줄어든 뒤 2005년 1.08명, 2015년 1.24명 등으로 바닥을 기고 있다. 이는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전세계 224개국 중 220위에 그친다. 다른 나라들을 보면 우리보다는 낫다. 2014년 기준 OECD평균 합계출산율은 1.7명, 프랑스 2.0명, 미국 1.9명 등이며, '잃어버린 20년'에 시달리고 있다는 일본 조차 1.4명으로 한국보다 높다.

고령화로 각종 연금 복지지출 부담은 커져

고령화 가속화로 인구역전시대도 도래한다. 평균 수명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 82.1세에서 2065년 90세로 늘어난다. 인구 중 만 65세 이상 고령화율은 2015년 13.2%에서 올해 14% 이상으로 늘어나고, 2025년에는 20%이상의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2037년에는 30%, 2058년에는 40%대로, 이때쯤 되면 전체 인구 10명 중 4명 안팎이 만65세가 된다. 이와 관련 유엔은 2065년쯤 되면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이 42.5%에 달해 OECD국가 중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노인인구가 유소년인구보다 많아지는 인구구조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인구 피라미드가 항아리형에서 역삼각형 구조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같은 인구 구조의 급격한 변화는 먼저 지방에 타격을 가하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지역엑소더스ㆍ초고령화ㆍ농산어촌지역의 인구감소 및 과소화ㆍ인구 양극화 등이 빚어지면서 지방의 공동화와 소멸의 위기가 심각하다. 지난 20년간 총 219개 시ㆍ군ㆍ구 중 44곳(약 20%)에서 40%포인트 이상의 인구 순유출이 발생했다. 시도별로 전북 57.1%(8개 시군구), 전남 50%(11개 시군구), 경북 47.8% 등의 순이었다. 반면 서울ㆍ경기 지역은 20%이상 순유입이 발생했다. 특히 비수도권 광역도에서 젊은 여성의 순유출이 남성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돼 지역의 인구 재생산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지역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DB)

지역의 초고령화도 도시보다 훨씬 심각해 지자체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229개 시군구 중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사회는 86개로 37.6%에 달하며, 14% 이상인 고령사회는 52개(22.7%), 10% 이상인 고령화사회는 89개(38.9%)에 달한다. 시ㆍ도단위 중에선 전남도가 최초로 지난 2015년 이미 21.1%를 돌파해 초고령사회가 됐다. 전국 인구의 고령화 속도에 비해 훨씬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농산어촌 지역의 인구감소 및 과소화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농어촌 인구 비중은 1970년대만 해도 전체 인구의 57.4%에 달했으나 2014년에는 약 8%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면 지역의 인구는 1980년대 1146만명에서 2013년 486만명으로 40년새 절반이상 줄었다. 40년 후인 2053년에는 282만명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마을 공동화도 급속히 진행돼 가구수 20호 미만의 행정리는 5년간 1000개나 늘어났다. 향후 30년내 84개 군(37%), 1383개 읍면동(40%)가 소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한 국토의 인구 분포 양극화도 심해진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이 2013년 53.3%에서 2040년 61.1%로 늘어나는 등 현재 거주지역의 무거주지역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040년이 되면 인구 분포는 서울ㆍ부산 등 광역시에 인구가 집중되고 호남, 경상도 내륙과 해안 지역은 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전망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벌어진다. 경제 성장 동력 저하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거 은퇴, 고령자 소득 감소, 부양부담 급증으로 저축ㆍ소비ㆍ투자가 위축돼 실질 성장률이 2016년 2.5%에서 2060년 0.8%로 줄어들게 된다. 생산가능인구의 급감은 더 이상 많은 인구가 보너스(bonus)가 아니게 되는 '인구 오너스(onus)' 사회를 초래한다. 이와 관련 세계적 회계컨설팅 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한국의 경제규모가 지난해 세계 13위에서 2050년 18위로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목말 사회'도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 1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자 수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얘기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고령자는 2015년 17.5명에서 2025년 29명, 2065년 88.6명으로 거의 1대1 수준에 가까워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역의 사회ㆍ경제적 활력도 저하된다. 공공서비스의 수요의 지역적 범위는 넓어지지만 고령자의 증가로 다양한 서비스의 공급이 요구되는 데다, 인구 감소로 인한 유휴시설 증가 등에 따른 매몰 비용은 노령화에 따른 사회복지비 지출 증가와 더불어 지방 정부의 세수 부족 문제를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지역 인구 감소로 전통(뿌리) 산업을 위축시켜 지역의 일자리 부족은 더욱 심화된다. 농어촌 지역에서 고령화율이 50% 이상인 한계집락화가 되면 농촌경제의 기반이 위협받게 된다. 이미 폐경지가 늘어나고 농ㆍ수로 방치, 주택유지 관리 소홀 등은 농촌 마을을 '유령화' 시키고 있다. 규모의 경제 달성이 어려워지면서 생활 인프라의 운영도 위축되고, 자원봉사ㆍ지역공동체 활동도 붕괴된다. 범죄우범지대화, 생활인프라 노후화 등에 따른 인적 재난도 증가할 전망이다. 김선기 한국지방행정연구원 부원장은 "인구감소의 악순환 극복과 국가ㆍ지역균형발전을의 지속적 추진, 균등한 공간 복지 실현 등을 위해 인구활력지역을 선정해 정부가 지원하는 등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부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