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전상욱, 암 이겨내고 지도자 새 출발

성남FC 유소년 축구팀 감독 대행
'첫 제자 키우는 나는 복받은 사람'

전상욱 성남FC 12세 이하 감독 대행 [사진=성남 구단 제공]

[성남=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저희 스승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전상욱 성남FC 유소년 감독대행(38)은 지난 4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은퇴식을 했다. 12세 이하 유소년팀 주장이 꽃다발과 함께 편지를 건넸다. 편지에는 감사 인사가 적혀 있었다. 전상욱은 "보는 순간 얼마나 울컥했는지 모른다. 아이들을 위해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전상욱은 올해 유소년 지도자로 새출발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파주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지도자연수를 받아 B급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올해 1월부터 10세 이하 유소년팀 코치를 했다. 지난 2월 8일에는 12세 이하 유소년팀 감독을 대행으로 맡았다. 대행 꼬리표도 곧 뗄 예정이다. 전상욱은 "몸이 건강해진 뒤 받은 축복의 시작"이라고 했다. 그는 생사를 넘나들던 암환자였다. 지난 2010~2012년 부산 아이파크, 2005~2009년과 2013~2016년 성남 골키퍼로 활약한 그는 지난해 4월 성남 차병원에서 비두인암 3기 판정을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전상욱은 "처음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앞으로 운동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식은땀이 흘렀다"고 회상했다. 전상욱은 5~6월 병원에서 검사와 수술을 했다. 6월말 수술이 잘되어 "깨끗해졌다"는 판정을 받고 7월 소속팀에 복귀했다. 전상욱은 선수를 계속 할 생각으로 재활 훈련을 했지만 코치진, 구단과 상의 끝에 12월 지도자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골키퍼인 내가 다시 아프면 구단에 손해가 많을 것 같았다. 선수를 못해 아쉽지만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는 꼼꼼한 지도자다. "실수 하나도 용납되지 않는 골키퍼를 해서 그런지 아이들의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는다"고 했다. 감독을 하려면 골키퍼 외 다른 포지션도 잘 알아야 했다. 전상욱은 "웃음이 많아졌다"고 했다. 패스 훈련을 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공이 없는 사람은 패스 받을 위치로 가라는 의미로 '공 잡은 사람에게서 도망가라'고 했는데 전부 다 뒤돌아서 멀리 도망가더라. 엄청 웃었다"면서 "아이들이 순수하다. 곁에 와서 '오늘 저 어땠어요?', '오늘 저 컨디션 좋아요. 경기 뛰게 해주세요' 하는데 귀엽다"고 했다.전상욱은 12세 이하 유소년팀과 올해 3~11월에 하는 주말리그 등 각종 대회에 참가한다. 그는 "내 생애 첫 제자들이 축구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했다. 또한 그는 "나는 K리그에서 133경기, 많이 뛴 선수도 아니지만 항상 기억해주시고 응원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 성남 이석훈 대표이사님, 박재일 실장님께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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