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침 없는 시대의 자화상…송번수 ‘50년 무언극’

국립현대미술관 2017년 첫 전시
오는 6월18일까지 과천관
60년대부터 50여 년간 작품 100여점
판화, 타피스트리, 종이부조, 환경조형물 등
현대섬유미술+종교미술 독보적 작품세계

전시장 전경[사진=김세영 기자]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재학시절 은사님 이봉상 교수님께서 ‘소묘의 요령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소묘가 절정임을 그리는 자가 감지해 화면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그림의 넘침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이후 교수님의 말씀은 내 일상생활의 좌우명이 되었다” ‘가시’와 ‘그림자’ 이미지로 대표되는 송번수 작가(74)의 면모를 재발견 할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송번수_50년의 무언극’전을 오는 10일부터 6월 18일까지 과천관 제1전시실과 중앙홀에서 개최한다. 초기 판화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전 생애에 걸친 작품 100여점을 망라했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 첫 전시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정립과 발전을 위해 과천관에서 진행 중인 ‘한국현대미술작가 시리즈’의 일환이다. 섬유공예작가인 송번수는 하나의 기법과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왔다. 반세기에 걸친 그의 작품세계는 타피스트리(tapestry), 판화, 종이부조, 환경조형물 등 다양한 장르와 함께 전쟁과 재난,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부터 종교적 메시지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중앙홀에서 열리는 1막은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판화작품을 중심으로 한다. 사진감광제판방식의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한 ‘판토마임’, ‘공습경보’ 시리즈를 통해 1970년대 정치적, 사회적인 상황에 대한 메시지를 담았다. 1980년대 말부터 나뭇결질감을 바탕으로 한 좌우대칭 형태의 ‘상대성 원리’ 시리즈도 볼 수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판토마임, 1972, 스테인레스 스틸에 세리그라피, 111×79㎝, 제2회 서울 국제 판화비엔날레 대상수상작/ 공습경보, 1974, 세리그라피, 150×150㎝ / 상대성 원리, 1988, 세리그라피, 목판화, 110×150㎝

제1전시실의 2막은 밝고 경쾌한 1막과는 달리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전개된다. 타피스트리와 종이부조 작품이 주를 이룬다. 2003년 이라크전쟁을 바탕으로 한 ‘이라크에서온 편지(2006)’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경험한 뒤 제작한 ‘2011.3.11(2011)’ 등 대형 타피스트리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전쟁과 재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2막 2장은 1977년 파리 유학기간 이야기부터 작가의 삶과 감정, 철학을 담은 독백과도 같다. 이 때 부터 서서히 ‘가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2막 3장은 성경의 메시지와 삶의 고백을 담았다. 대표작 ‘미완의 면류관(2002)’을 통해 전시 관람객에게 무언(無言)의 메시지를 던진다. 경기도 광주 능평성당에 소재한 ‘미완의 면류관’은 국내에서 제단 벽에 설치된 타피스트리로는 유일무이한 작품이다. 현대섬유미술과 종교미술에 한 획을 그었다.

이라크에서 온 편지, 2006, 아크릴사, 평직, 229×277㎝(사진 위) / 2011.3.11., 2011, 아크릴사, 평직, 195×274㎝(사진 아래)

송 작가와 막역한 사이인 조각가 김광우(76)는 “1960년대부터 2017년 현재까지의 송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우리가 살아온 70년대 시대상과 송 작가 개인의 ‘질곡의 인생사’를 새삼 회고해본다. 그의 작품 명제처럼 ‘절망과 가능성’ 사이를 오가는 삶이었지만, 참으로 감사한 마음을 가진다. 그의 70평생 작품 여정을 한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했다. 한편, 송번수 작가는 1943년 충청남도 공주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공예학과에서 스승 유강열에게 염직과 판화기법을 지도받았다. 1977년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한 뒤, 귀국해 1980년부터 2008년까지 모교인 홍익대학교 교수 및 산업미술대학원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이자 섬유공예 발전을 위해 직접 설립한 마가미술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절망과 가능성, 2005, 모사, 평직, 201×202㎝(사진 왼쪽)/ 미완의 면류관, 2002~2003, 모사, 평직, 302×298㎝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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